
올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938만CGT(선박 건조 난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1년 전(4258만CGT)보다 반 토막 아래로 급감했다. 국내 조선사 사이에선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끝나간다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독(dock·선박건조장)이 비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3년 뒤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쏟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LNG 운반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LNG 운반선은 국내 조선사의 기술력이 압도적으로 월등한 선박이다.
카타르는 연 6500만t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 설비를 2030년까지 증설하는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도 연 8000만t에 달하는 LNG가 2028년부터 새로 생산된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선 프랑스 토탈에너지스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연 1300만t)가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세 지역만 합쳐도 연간 1억5000만t 이상의 LNG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 우드사이드에너지는 LNG 운반선을 14척 이상 발주하는 것을 놓고 국내 조선사와 협의 중이다. 미국 에너지업체 셈프라 역시 20척 이상의 LNG 운반선 건조를 한국 조선사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에너지도 노스필드 확장과 연계해 수십 척의 LNG 운반선 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8월 발주 가뭄 속에서 나온 LNG 운반선 16척 가운데 14척을 따낸 국내 조선 3사는 글로벌 LNG 특수에 대비해 각자의 강점을 키우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바다 위 주유소’로 불리는 LNG 벙커링선 영업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한화오션은 쇄빙 LNG선 분야에서 세계 최다 건조 실적(21척)을 앞세워 알래스카 LNG 개발과 연계한 북극 항로 수혜를 노린다. 삼성중공업은 해상에서 LNG를 생산·저장·하역하는 FLNG 설비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사들이 ‘누가 먼저 한국 조선사의 선박건조장을 잡느냐’ 경쟁을 벌이는 분위기”라며 “국내 조선 3사는 40년 이상 축적한 시공 경험과 글로벌 신뢰를 무기로 대규모 LNG 개발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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