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방산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려는데 어떤 게 나을까요?”
“그냥 알주식 사세요. 크라토스랑 헌팅턴, 머큐리 3분의 1씩.”
한 해외 주식 투자 카페에서 오간 대화다. ‘크라토스 디펜스 앤드 시큐리티 솔루션스’나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는 시가총액 15조~20조원으로 미국에선 중형주로 분류된다. 국내 증권사가 좀처럼 다루지 않는 낯선 기업이다. 하지만 이미 서학개미 사이에선 1000억원어치씩 보유할 정도로 ‘알짜주’로 통한다.
주식토론방에선 이런 생소한 해외 종목 수십 개가 매일 오르내린다. 서학개미들은 아시아,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훑으며 전 세계 주식 사냥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해외 종목은 1만5000여 개, 국내 상장 종목의 5배를 넘어섰다. 최근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해외 주식 열풍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3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 고객이 보유 중인 해외 종목이 처음으로 1만5000개를 돌파했다. 30개국 1만5068개로, 최근 1년 사이 1800여 개 종목이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다른 대형 증권사 고객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해외 종목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는 국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등 5~10개국 종목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국가의 종목을 매매하려면 직접 지점을 찾아야 한다. 국내 투자자 보유 종목의 국가가 30여 개국에 달한다는 것은 서학개미들이 숨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지점을 찾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학개미 포트폴리오를 보면 여전히 미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래에셋증권 고객의 경우 1만5068개 종목 중 미국이 8890개로 60%에 달한다.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속도도 빠르다. 일본(1271개), 중국(1128개) 등이 최근 3년 사이 각각 1000개를 넘어섰고, 영국(634개), 독일(606개) 등 유럽과 베트남(375개), 캐나다(293개) 등 주요 증시 상장 종목도 수백 개씩 보유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주식을 가진 투자자도 있다.
최근에서야 정보에 목마른 서학개미를 잡기 위해 해외 리포트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스티펠과 제휴를 맺었고 삼성증권은 모건스탠리와 스트래티거스의 리포트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연간 수십억원의 구독료를 내야 하는 리포트지만 글로벌 투자회사의 금융 상품을 판매해주는 조건으로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고 했다. 다만 이런 보고서들은 고액 자산가 등 VIP 고객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은 전 세계 유망 종목을 발굴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종목을 분석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가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외 리포트 번역 서비스가 확산하면 정보 비대칭성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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