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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없고 빚만…불황에 먼저 쓰러진 청년 사장님

입력 2025-10-03 16:28   수정 2025-10-15 16:01


서울 망원동에서 2년가량 커피가게를 운영한 A씨(29)는 지난해 9월 폐업했다. 바리스타 단기 속성 교육을 마친 뒤 6개월 만에 이른바 ‘핫플레이스’에 비싼 임차료를 감수하고 카페를 열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을 감당할 수 없었다. A씨는 “월 순이익이 100만원을 넘기기도 어려워지니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폐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 광명시에서 24시간 배달 전문점을 창업한 B씨(28)도 폐업을 고민 중이다. 임차료뿐만 아니라 라이더(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자를 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주문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B씨는 “홀을 차리기에는 부담이 있어 배달 전문점을 창업했지만 배달 비용을 감안한 적정 단가를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업 접는 청년 사업자들

청년 사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3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의 평균 폐업률은 20.8%를 기록했다. 전체 사업자 평균(9.5%)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폐업률이 높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18.9%)보다도 높은 수치다. 30대 사업가의 폐업률도 14.7%에 달한다. 지난해 50~70대 사업자 폐업률은 약 7.3%로 상대적으로 낮게 집계됐다.

창업에 나선 청년도 줄고 있다. 30세 미만 창업자는 2023년 16만4360명에서 지난해 14만1355명으로 약 13.9% 줄었다. 30대 창업자도 같은 기간 29만1920명에서 26만8692명으로 감소했다. 창업은 적게 하고 폐업은 많이 하다 보니 2023년 35만4209명이던 청년 사업자는 지난해 33만1778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청년 사업자들이 창업 문턱은 낮지만 경쟁이 치열한 ‘과밀 창업 업종’에 몰려들어 폐업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농협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년 2030세대 청년 자영업자의 창업 대비 폐업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일반음식점(127.5%) 일반주점(99.1%) 일반잡화판매점(84.7%) 기성복점(82.9%) 커피전문점(82.2%) 순이었다. 1~5년 이내 폐업하는 청년 사업자 비율은 68%로 다른 연령대보다 8%포인트 높았다. 이석한 인천시 소상공인연합회 청년위원장은 “최근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카페와 배달 전문점 창업에 도전했다가 폐업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며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 단가, 손익분기점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알아보지 않은 채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매출이 나오지 않아 폐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청년 창업 지원할 종합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청년 사업자들이 보유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고 저숙련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 침체 등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사업자는 소위 자금 조달과 경영 능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복원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2023년 이후 경기 하락세가 지속됐기 때문에 청년들의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 기반 사업에 집중하면 외부 요인에 따른 폐업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폐업 이후 재창업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직난이 심화해 청년층이 꾸준히 창업 시장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5만8000명 감소했고 고용률도 45.8%에 그쳤다. 고용 시장이 둔화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쫓기듯 창업했다가 폐업하는 청년층 사례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청년들은 기업가정신을 갖고 창업에 도전해야 하는데, 폐업 이후 안전망이 없다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의 창업 엔진이 꺼지면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원/정소람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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