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의 한 김치공장. 부지 면적만 1만4000㎡에 달하는 대형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선 배추, 파, 갓, 총각김치 등 각종 김치 제품이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김치 전문 생산업체 이킴의 생산 현장이다. 이 회사 유민 대표의 사무실에는 일본 홍콩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는 김치 제품 견본이 전시돼 있었다. 유 대표는 “나라마다 선호하는 제품의 형태와 색깔이 다 다르다”고 했다. 한국 전통 음식이지만 각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뜻이다.이킴은 지난해 수출액만 1861만달러(약 250억원)에 달하는 김치 수출 업체다. 상주 직원은 180여 명, 수출국은 10개국이 넘는다.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5417t으로 국내(5705t) 판매량에 육박한다. 작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회 케이푸드 플러스(K-Food+) 수출탑’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은 성공했지만 이킴의 시작은 부도난 회사였다. 2005년 중국산 김치의 공습으로 부도난 진미식품이 모태다. 진미식품 영업이사이던 유 대표는 회사를 떠나는 대신 뜻이 맞는 동료들과 5000만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유 대표의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1990년대 같은 ‘김치 문화권’인 일본에서 실패한 경험이 약이 됐다. 그는 “김치에 젓갈을 팍팍 넣고 충분히 숙성시키면 무조건 좋은 건 줄 알았다”며 “도쿄 대형마트에서 열린 ‘한국 상품전’ 맨 앞자리에서 김치 제품을 선보였는데 ‘오픈런’으로 입장한 주부들이 시식과 동시에 코를 막고 도망갔다”고 했다. 그는 “당시엔 일본인이 신김치를 싫어하는 줄도 몰랐다”며 웃었다.
유 대표는 “이때의 교훈을 잊지 않고 아무리 수출이 급해도 현지 교민 대신 해외 바이어를 접촉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지 입맛을 파악해 대중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같은 김치를 팔더라도 일본 인구 1억 명한테 팔아야지 교민 100만 명한테 팔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출 과정에선 철저하게 ‘익명 테스트’를 고집한다. 상표를 가린 5개 김치 샘플을 준비해 바이어 업체 직원들에게 맛을 평가받는 것이 수출의 1차 관문이다.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테스트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는 “어느 나라든 CEO가 ‘이게 괜찮다’고 해버리면 직원들은 다른 말을 못 한다”고 했다.
수출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품질 관리도 필수다. 유 대표는 ‘배추 이력 관리제’로 원재료의 품질을 최고급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은=이광식 기자
제작 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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