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삼성전자의 극자외선(EUV)용 탄소나노튜브(CNT) 펠리클 개발에 대해 업데이트하려고 합니다.
지난달 22~25일 미국에서 개최됐던 'SPIE 포토마스크&EUV 노광 학회'에서 있었던 삼성전자와 세계적인 반도체 검사 장비 회사 KLA의 공동 발표 내용을 전해드릴텐데요.
사실 이번 발표는 'CNT 펠리클을 양산에 적용했다'는 도파민 터지는 연구 결과는 아닙니다.
다만 △CNT 펠리클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소재를 적용할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의미있는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내용을 훑어 보시겠습니다.
이 발표의 주요 내용은 KLA의 대표적인 DUV 마스크 검사기인 193㎚(나노미터) '647eS' 검사기에 대한 것입니다. 이 기기로 CNT 펠리클이 부착된 EUV 마스크의 표면을 성공적으로 검사했다는 것인데요. 또한 차세대 CNT 펠리클의 측면에서 보면 제품 양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항목들을 검증했다는 점에도 의미부여가 됩니다.
사실 이 193㎚ 파장의 DUV는 말이죠. EUV(13.5㎚)보다 파장이 훨씬 깁니다. 그래서 EUV 펠리클을 잘 뚫고 마스크 표면까지 검사할 수 있는 빛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CNT 펠리클 특성과 잘 변형된 검사 장비로 우려를 씻어낸 결과물을 낸 것이 눈에 띕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그물망 다공성 구조의 CNT 펠리클 … DUV도 '드루와'<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선 CNT 펠리클의 컨셉이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합니다. CNT 펠리클이 원래 목적인 EUV에서 뿐만 아니라 DUV 투과율까지 높은 이유는 구멍 때문입니다.
CNT 펠리클은 마치 미세한 스파게티 면을 엉키게 배열한 것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스파게티 면 사이에는 송송 구멍이 뚫려있겠죠.
그물망 다공(多孔)성 구조, 그러니까 소재 사이사이에 있는 여러 구멍으로 어떤 빛이라도 쉽게 투과할 수 있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물론 구멍의 지름은 수십 ㎚ 이하여서요. 마스크에 이물질을 닿지 않게 하는 본래의 '덮개' 기능도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CNT 펠리클은 현재 EUV 공정에서 적용되고 있는 금속 종류의 MeSi(메탈 실리사이드) 펠리클과는 아예 특성이 다릅니다.
MeSi 펠리클은 얇은 막을 층층이 쌓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빛 투과율도 다소 낮은 편입니다. EUV는 물론 DUV 투과율은 더 낮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에서 "CNT 펠리클은 기존 MeSi 펠리클보다 아주 높은 DUV 투과율을 보였다"라고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금껏 EUV 공정에서 써온 MeSi 펠리클의 경우에는요. EUV용 펠리클을 씌운 마스크 표면을 테스트하는 이른바 스루-펠리클(Thru-Pellicle) 검사를 위해 레이저텍의 APMI(Actinic Patterned Mask Inspection)라는 장비만을 예외없이 써야 했습니다.

마지막 단락에서 또 설명드리겠지만 APMI 장비는 레이저텍이 세계에서 단독으로 공급합니다. 가격도 매우 비싸고 장비 납기가 상당히 깁니다. 이 장비 기다리다가 EUV 시대를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에 CNT 펠리클은 조금 전 설명드렸던 특성 때문에 양산이 무르익은 193㎚ DUV 검사기를 가지고도 스루-펠리클 검사가 가능하죠.
여기서 가능성을 본 삼성은 KLA '647eS'로 이 검사의 가능성을 처음 입증했습니다. 또 이번 발표를 위해 사용된 CNT 펠리클 샘플은 그간 삼성전자와 협력해왔던 국내 FST의 제품으로 추정됩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마스크 검사 안정성·그림자 문제·결함 검출력 모두 OK<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봅니다. 삼성전자와 KLA가 이번 발표에서 검사기의 성능을 증명한 것은 크게 세가지 분야입니다. 1)안전성 2)그림자 문제 3)결함 검출력 저하(sensitivity) 저하에 관한 것인데요.
우선 안전성 문제입니다. 이건 세가지 분야 중 가장 간단한 겁니다. 이 장비는 펠리클이 마스크 위에 잘 붙여졌는지, 펠리클 장착으로 인해 마스크가 파손되지 않았는지 등을 검사할 수 있고 검사 결과도 괜찮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는 그림자입니다. 전문가 용어로 '포커스 맵 에러' 테스트에 관한 것인데요. 빛의 맞은편엔 그림자가 있죠. 펠리클도 똑같습니다.

펠리클 가장자리에는 펠리클을 지지하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비스듬한 빛이 마스크로 향할 때 이 프레임을 맞닥뜨리면 마스크 안쪽에는 그림자가 생기게 됩니다.
검사해야 할 부분이 어두워지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초점이 흐려지면서 마스크 상태를 잘 체크하지 못하는 '포커스 맵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삼성전자는 이 DUV 기기로는 그림자 문제 없이 검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발표 자료의 데이터를 보면, 프레임으로부터 1.7㎜ 떨어진 곳은 아예 '검사 불가능'으로 체크를 했고, 2.0㎜ 떨어진 곳에서는 '경고(warning)' 판정으로 내렸지만요.
다행히 프레임으로부터 2㎜ 떨어진 공간까지는 회로가 새겨지지 않은 일종의 '더미 존(dummy zone)'입니다. 회로가 새겨진 부분은 아무 무리 없이 검사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림자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가짜 결함은 '0'이었고요. CNT 펠리클을 씌우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검사장비 세팅에 걸리는 시간, 실제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동일했다는 결과값도 제시했습니다.
세 번째는 결함 검출력(Sensitivity)입니다. 빛을 사용하는 검사 기는 빛을 쐈을 때 마스크 쪽에 생기는 불필요한 그림자로 불량 유무를 판단합니다.

만약 회로에 빛을 쐈을 때 미세하고 찜찜한 그림자가 발견된다면 그 주변에 이물질이 묻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거죠.
여기서는 펠리클 바깥에 붙어있는 '눈금 키(calibration key)'가 핵심 키워드입니다.
눈금 키는 말 그대로 가늠자 또는 기준점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눈금 키가 받아들인 빛이 100이고, 회로에 닿은 빛도 100이라면 오류가 없는 거고요.
회로에 닿은 빛이 어떤 자리에서 쌩뚱맞게 50에 불과하다면 이물질로 인해 그림자가 드리운 것으로 보고 불량이 생겼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마스크 위에 펠리클을 씌우면서부터 큰 문제가 생깁니다. 마스크 위에 덮개가 생기면 마스크로 향하는 전체 빛의 양이 줄어들죠. 본의 아니게 검사기는 마스크 자체를 불량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삼성과 KLA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합니다. 마스크 안에 투명 창문(Open Absorber)을 하나 더 장착하는 방법입니다.
이 투명 창문에서 받아들인 빛의 양을 새로운 판별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눈금키에서 빛을 받아들인 양이 100이고 투명 창문은 80일 때, 회로가 정상이라면 맞딱드린 빛의 양을 80으로 판별하는 거죠.
물론 그렇더라도 눈금 키는 눈금 키대로 반드시 필요합니다. 애초에 마스크로 쏜 빛의 강도가 센지 약한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 역시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이 방법을 만들기 전까지 삼성전자는 갖은 시도를 했습니다. 눈금 키를 아예 마스크 안쪽에 배치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양산성이 안 나와서 접었고요.
마치 사진기의 ISO를 높이는 것처럼 마스크가 빛을 받아들인 이후에 전기 신호를 증폭시키면, 눈금 키 부분이 너무 과도하게 빛을 받는 것처럼 돼버려서 검사 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투명 창문을 마스크 안에 두는 방법이 지금까지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삼성전자는 이런 노력을 통해 오히려 펠리클을 씌우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검사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1차원 회로에서는 패턴에 생긴 알갱이를 52.5% 더 선명하게 찾아냈고요. 구멍(hole) 같은 2차원 회로에서 생긴 불필요한 이물질 역시 48.9% 더 잘 찾아냈다는 결과를 냈습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레이저텍 의존도 완화 기대…CNT 펠리클은 TSMC 앞지를 수 있을까<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이번 발표는 두 가지 성과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검사기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CNT 펠리클의 상용화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CNT 펠리클과 마스크는 양산 라인에 도입하기 전엔 반드시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요. 일단 어느 빛이든 잘 투과한다는 장점을 증명해냈고, 또한 양산에 필요한 검사 단계에 다다랐을 만큼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는 것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CNT 펠리클을 도입하기 위한 강한 의지도 읽힙니다. (사실 이 이유가 가장 주요해보입니다.)

삼성전자는 기존 MeSi EUV 펠리클과 마스크를 테스트할 수 있는 APMI 검사 장비를 몇 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레이저텍이 세계에서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그간의 여러 말 못할 사정으로 인텔·TSMC에 비해 많이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간 MeSi 펠리클이 대세인 상황에서는 EUV 마스크 스루-펠리클 검사에 불리한 점이 많았다는 얘기죠.
반면에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KLA의 DUV 마스크 검사 장비는 너무나도 상용화된 제품입니다. 장비 가격이 레이저텍 기기에 비해 크게 저렴하고 구하기도 쉽습니다.
삼성은 이번 논문 발표와 함께 경쟁사보다 열위에 있는 검사 장비 수·EUV 펠리클 분야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보려는 전략을 세운 것 같습니다. 실제 삼성 측은 이 발표에서 "기존 검사 장비보다 운영비를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APMI 검사 장비 개발에서 레이저텍보다 한 발 늦은 KLA 입장에서도 기회입니다. 자신들이 강세였던 DUV 검사 장비의 활용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삼성과 적극적인 협력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KLA, FST 등과의 협력으로 EUV 펠리클 판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강해령의 테크앤더시티]와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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