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64)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을 누르고 승리한 것은 ‘보수 본색’으로 당원 지지를 휩쓴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당내 유일한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킹 메이커’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다카이치에 힘을 보태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는 이날 1차 투표에서 당원 119표를 확보하며 고이즈미(당원 84표)를 35표 차이로 앞섰다. 반면 의원 표는 64표로, 고이즈미(80표)보다 16표 뒤졌다. 다카이치는 합계 183표로 1위, 고이즈미는 합계 164표로 2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다카이치는 결선에서도 기세를 이으며 의원 149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36표를 더해 185표를 획득했다. 의원 145표, 도도부현 11표로 합계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당초 일본 정계에선 고이즈미가 결선에 오르면 다카이치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고이즈미가 자민당 의원 지지를 가장 많이 확보한 데다 결선에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4)이 확보한 의원 표까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와 하야시는 모두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했고 정치·정책 성향도 비교적 비슷하다. 결선은 의원 295표와 도도부현 47표를 놓고 다투는 만큼 의원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
그러나 결선 투표 전 다카이치가 도도부현별 당원 투표에서 고이즈미를 압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변수가 됐다. 지방에선 보수층의 자민당 이탈 위기감이 짙은 상황이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우익 야당 참정당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다카이치로 쏠린 ‘지역의 뜻’을 무시하기 힘들었다. 이에 하야시 지지 의원 일부가 다카이치로 돌아섰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아소파에서는 ‘결선 투표에선 당원 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후보를 지지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사실상 다카이치에 대한 투표 요청이었다. 당내 유일하게 남은 파벌인 아소파에는 43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이 결선 투표에서 결집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1차 투표에서 떨어진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측도 보수색이 짙은 의원을 중심으로 다카이치에 표를 줬다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측도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지난해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아소파 외 모든 파벌이 해산했다. 이번 총재 선거는 과거처럼 각 파벌이 자기 파벌에서 키운 후보를 밀어주는 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파벌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 대패를 계기로 완전히 재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이후 논공행상식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태의연한 자민당의 모습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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