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 회복 소비쿠폰 2차 지원을 시행하면서 “소득 상위 10%는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해외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까지 2차 소비쿠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등록상의 가족 수만으로 소득 분위를 산정하는 방식 때문에 실제 거주 인원이 1명인 가구도 서류상 다인 가구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도 나온다.
맞벌이 등 다소득원 가구는 가구원 수에 1명을 더해 판단하는 특례가 적용되고, 별도로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 12억 원 초과 또는 지난해 금융소득 2000만 원 초과 가구는 고액 자산가로 분류돼 제외됐다.
정부는 “소득 상위 10%만 제외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선정 작업은 주민등록표와 건강보험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자동 선별 지급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국내 주소와 건강보험 자격만 유지하면 실제 해외 거주 여부나 현재 소득 상황과 관계없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에서 연봉 약 1억8000만 원을 받고 있는 김모 씨(33)도 이번 2차 소비쿠폰 지원금을 받았다. 김씨는 “지원 대상이 당연히 아닐 줄 알았는데, 대상자이니 신청하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며 "몸이 해외에 있으니 이왕 받은 돈은 부모님께 사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 기준에서 주민등록상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인 점도 논란이다. 정부는 가구 합산 건강보험료를 소득 수준 판단 기준으로 삼았는데, 가구원이 많을수록 1인당 소득 수준이 낮아진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인 가족인 경우 부인과 자녀들이 해외에 머물더라도 국내 주소지만 유지하면 서류상 4인 가구로 인정된다. 동일한 소득이라도 1인 가구보다 4인 가구로 분류될 경우 소득 분위가 낮아져 2차 소비쿠폰을 받기가 쉬워지는 구조다.
실거주는 혼자임에도 서류상 4인 가구로 혜택을 받는 사례도 있다. 연소득만 보면 상위 10%에 해당해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정모 씨(41)도 해외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 주소가 국내에 남아 있어 4인 가구로 분류되면서 쿠폰을 받게 됐다. 그는 “실제로는 혼자인데 이런 기준이 맞는지,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고액 자산가도 소비쿠폰을 받았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 씨(30)의 가족은 이번 2차 소비쿠폰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정씨 가족은 서울 잠원동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산다. 정씨 가족이 보유한 주택은 실거래가 기준 40억 원대에 달하지만, 공시가격이 낮은 탓에 정부가 설정한 자산 보유 기준(재산세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 1주택자 공시가격 약 26억7000만 원)에 미치지 않았다.
이번 소비쿠폰도 유사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급 대상을 국민 90%로 설정한 만큼 단순 계산으로 약 4조600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이미 1차 소비쿠폰에서 9조 원가량의 예산이 집행된 점을 감안하면 두 차례 지원에만 10조 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정부는 "속도가 생명"이라며 행정 절차를 최소화한 보편 지원을 밀어붙였지만, 지원 취지에 부합하려면 보다 정밀한 소득·거주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행정 편의를 위해 대상자를 무더기 지급하는 방식은 오히려 재정 낭비만 키운다”며 “한정된 재원을 정말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정책 설계를 바꿔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번 2차 소비쿠폰은 건강보험료 등 공적 자료를 기준으로 소득 수준을 산정했다”며 “현행 행정 인프라에서 활용 가능한 가장 객관적이고 신속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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