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층 구조대 왔네요. 어쩔까요."
삼성전자가 주가가 치솟자 주식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지난 2일 장중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돌파하자 ‘익절(이익 실현 매도)’과 ‘홀딩(보유)’을 두고 투자자들의 고민이 컸다.
외국인 투자자의 폭풍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 배경이었다. 하지만 상승곡선을 그리는 원·달러 환율이 삼성전자 주가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외국인이 환손실을 우려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나와서다. 외국인들은 증시와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15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이 여파로 환율은 최근 1410원 목전까지 치솟았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2주 동안(9월 22일~10월 2일) 국채 선물을 14만4690계약(액면가 14조469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8월에 6만3794계약을 순매수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외국인이 국채를 투매한 것은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국채금리가 함께 하락(국채값은 상승)한다. 외국인들은 국채값 상승을 전망하고 9월 초부터 국채를 대거 매수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난달 하순부터 확산했다. 지난달 23일 황건일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결정 시 (집값 등)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두겠다”고 밝힌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 외국인은 보유 물량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채 매도가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외국인이 국채 매각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4원 오른 1407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2일(1391원50전) 대비 15.5원 상승한 수준이다.
외국인이 국채를 매도한 자금 일부를 국내 증시로 돌렸다. 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4조2989억원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순매수 규모는 4조221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다.
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14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했고, 주식을 4조원가량 순매수했다. 주식을 압도하는 국채 매도액에 따라 환율이 1400원 선으로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추석 이후에도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가 이어질 경우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를 억제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인하 기대와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10월 평균 환율은 지금보다 낮은 139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채선물 매도 흐름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연 2.0%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많아서다. 하지만 환율을 끌어올리고 외국인의 국채·주식 순매도를 부추길 변수도 적잖다. 난항을 겪고 있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 조성이 대표적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의 환율과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안동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정부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성의 표시를 할 것"이라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조달한 자금을 펀드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율 변동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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