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마쳤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한 구상권은 별도로 인정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건보공단이 A 보험사에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4일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201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국 치앙마이에서 단체 여행객이 타고 있던 버스가 6m 아래로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
피해자들은 귀국 후 2020년 4월까지 건보공단에서 지정한 요양기관에서 치료받았고, 공단은 각 요양기관에 3900만원가량의 보험급여를 지급했다.
여행사가 가입한 A사는 2018년 5월과 8월 두 차례 피해자들에게 책임보험 보상 한도인 3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건보공단은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해 A사가 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건보공단이 피해자들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대위(제삼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그가 가진 권리를 얻거나 행사)해 행사하는 손해배상채권에서 보험사가 이미 피해자들에게 준 보험금을 공제할 수 있는지였다.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어도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에서 이를 공제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도액까지 보험금을 적법하게 지급했으므로 공단의 구상권은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이 돈이 공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단의 보험급여 이후 가해자 또는 그 보험자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을 공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다만 "건보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해 얻는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채권 중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성격이 같은 치료비 등에 대해서는 공단의 구상권이 인정되나 치료비와 상관없는 위자료, 휴업손해 등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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