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 ‘스타벅스’ 앞. 문 열기 전부터 1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경기 김포에서 왔다는 직장인 김모 씨(38)는 “한강뷰 제대로 보이는 자리는 오픈런 아니면 못 앉는다고 해서 아침부터 나왔다”며 “모닝 커피로 시작한 뒤 아이들과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길엔 한강라면이나 치킨으로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한강버스가 안전 점검으로 무승객 시범 운항 중인 가운데 선착장은 카페·치킨·한강 라면 부스 등을 찾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작년에만 한강공원 방문자는 8000만명에 달했다. 올해는 1억명이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한강 르네상스’가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망원·여의도·압구정·뚝섬·잠실 한강버스 선착장에는 지역 특색을 반영한 한강뷰 카페가 운영 중이다. 망원 선착장 3층 ‘뉴케이스’는 전시와 포토존을 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뚝섬 선착장 3층 LP 청음카페 ‘바이닐’은 비치된 LP 5000여 장 중 원하는 음반을 턴테이블로 즐기는 방식이다. 여의도 선착장 ‘스타벅스’는 크루즈 선실 콘셉트로 해질녘 노을과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압구정 ‘카페 시나본’, 잠실 ‘테라로사’도 한강 조망을 앞세워 주말 오픈런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모은다.
망원·여의도·압구정·뚝섬·잠실 5곳 선착장에는 치킨 매장(BBQ)이 들어섰다. 통창 너머 한강을 보며 즐기는 ‘치맥’ 수요가 연휴에 집중됐다. 편의점(CU)에는 국내외 인기 라면을 모은 ‘라면 라이브러리’가 마련됐고, 2층 ‘라면 체험존’에서는 즉석조리기로 일명 ‘한강라면’을 직접 끓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케데헌(케이데몬헌터스) 열풍과 한국 여행 트렌드가 겹치며 한강 선착장을 찾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 방문객은 8000만명, 주말 시간당 평균체류자 20만명 수준이다. 20대가 가장 많이 찾은 인기관광지 1위에 ‘여의도 한강공원’이 꼽혔고, ‘한강버스’ 운항과 사계절 축제, 러닝 열풍이 맞물리며 올해는 1억명 돌파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외국인 방문 역시 올해만 약 3만명으로 추산됐다.
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는 자연성 회복과 접근성 개선, 여가공간 확대로 요약된다. 2006년 시작된 1.0 단계는 회색 호안을 자연형으로 바꾸고 반포·여의도·뚝섬·난지 둔치를 공원화했다. 2023년부터는 2.0(그레이트 한강)로 편의·매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한 달여 뒤 한강버스 정식 운항이 재개되면, 여의도·뚝섬·망원·잠실·압구정 등 선착장을 거점으로 공원·수영장·캠핑장·드론라이트쇼 등 연계 관광이 한층 편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남은 연휴에 선착장에서 한강 뷰를 즐기며 색다른 문화와 여유를 경험하길 바란다”며 “한강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콘텐츠를 계속 채우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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