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의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 출연과 관련해 여야의 공방이 연휴 내내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국민의힘에 "이제 밥값을 하자"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난 상황에서의 직무유기'로 규정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중 대통령 부부의 예능 출연을 비판한 장동혁 대표를 고발한 민주당을 향해 "공포정치"라고 반발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국회 추석 민심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여야가 '냉부해'를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며 "추석 긴 연휴가 국민에게 휴식 시간이 아닌 스트레스 시간이 되지는 않았는지 송구하기 짝이 없다"고 운을 뗐다.
박 대변인은 "'냉부해'를 갖고 싸움만 하는 정치를 국민이 어떻게 바라봤을지 걱정"이라며 "연휴 동안 정치가 쉬었으니 이제 밥값 하는 정치를 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휴 직후에 바로 본회의를 열어서 국민이 애타게 기다리는 70여개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라며 "오늘과 내일 중으로 원내지도부가 소통해 10일이나 15일쯤 어딘가에 본회의를 개최하는 것에 합의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엿새째 맹공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뿐 아니라 '저격수' 주진우 의원, 정희용 당 사무총장, 대변인 등이 출동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직격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던 실무자는 과로와 책임감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는데,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며 "이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대응보다 자신의 홍보용 예능 출연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때 논란이 됐던 이 대통령의 '떡볶이 먹방' 사례까지 언급하며 "국가적 재난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 매뉴얼은 먹방과 예능 출연이냐"며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즉각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난 상황에서의 대통령 직무유기와 대응 지연에 대해 명확한 경위와 책임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 의원도 페이스북에 7가지 이유를 나열하며 이번 사태가 2021년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떡볶이 먹방' 논란과 "판박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21년 6월 경기 이천에서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은 지방 일정을 소화하느라 화재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바 있다. 특히 해당 일정 중에 '떡볶이 유튜브 먹방'이 포함돼 늑장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야권은 물론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저의 판단과 행동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심을 외면한 대통령 내외는 국가와 국민이 어려울 때 예능 방송 출연을 강행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며 "하필 추석 연휴 때 법인카드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냉장고 예능'에 나와 웃고 먹고 떠드는 모습은, 아무리 좋은 모습으로 포장하려 해도 국민의 씁쓸함만 더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장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일제히 반발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행보에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음에도, 여당인 민주당이 제1야당의 대표, 장 대표를 고발했다. 듣기 싫은 말에 귀를 막고 일당독재 공포정치를 하자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논평에서 "장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정당한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라며 "돌아온 것은 정권의 명확한 해명이 아니라 민주당을 앞세운 형사고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냉부해 추석 특집 방송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6일 방송된 '냉장고를 부탁해'는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 8.9%를 기록했다. 2015년 지드래곤·태양 출연편(7.4%)을 넘어서며 프로그램 사상 최고 기록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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