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 열린 세계 4대 패션위크의 이슈는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데뷔'였다. 디올, 보테가 베네타, 로에베, 구찌, 셀린느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 줄줄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들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중 단연 화두는 샤넬이었다. 지난해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 CD 자리에서 내려온 후 존 갈리아노, 자크 무스, 마크 제이콥스, 톰 브라운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후임자로 거론됐다. 샤넬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보테가 베네타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매튜 블라지를 택했다.

매튜 블라지가 이끄는 새로운 샤넬의 컬렉션이 지난 6일(현지시간)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됐다. 런웨이 무대로 변신한 그랑 팔레는 거대한 천체가 떠 있는 우주의 모습이었다. 샤넬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제니를 비롯해 니콜 키드먼, 켄달 제너, 마고 로비,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런웨이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블라지는 1920년대 샤넬이 여성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했던 시기를 오마쥬했다. 트위드, 진주 등 샤넬의 시그니처 요소를 이어받되, 다채로운 색감과 깃털, 스터드 등 경쾌한 디테일로 블라지만의 샤넬을 선보였다.

돋보이는 건 핸드백이었다. 블라지는 샤넬의 퀼팅 플랩 백을 마치 천이 구겨진 듯한 '2.55 백'으로 재해석했다. 닫히지 않는 플랩과 구김 있는 디자인으로 오랜 시간 물려받은 듯한 '올드머니룩' 느낌을 더했다. 달걀 모양의 타원형 클러치, 풍성한 깃털 백 같은 재치있는 요소도 눈에 띄었다.
쇼의 피날레에선 모델 아와르 오디앙이 아이보리색 실크 티셔츠와 화려한 깃털 스커트를 선보였다. 빙글빙글 돌며 마지막 룩을 선보인 오디앙이 블라지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런웨이는 막을 내렸다. 패션 전문지 등 외신은 "진정한 뮤즈이자 디자이너의 결속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했다.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전 세대의 샤넬 디자이너들과 역사를 언급한 데 이어, 새로운 장을 자신만의 것으로 확고히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샤넬보다는 보테가 베네타 등 다른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혹평도 나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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