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설특검’ 도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검찰 조직을 개편하는 정부조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이런 요구가 나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의 모순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수사·기소 권한을 동시에 가진 검찰 권력을 개혁하겠다면서 같은 권한을 갖는 상설특검은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설특검법은 특검의 발동 절차 수사 대상 임명 방식 등을 법률로 명문화해 문제가 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 2021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이 이 법에 따라 출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설특검은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권자 등을 명확히 해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을 줄이고 특검 수사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2014년 제정됐다.
하지만 상설특검은 일반 특검법과 달리 국회 본회의 통과 없이 가동되고 대통령 거부권도 적용되지 않는다. 수사 사안이 정치적일수록 개별 법으로 출범하는 ‘일반 특검’보다 더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일반 특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상설특검은 이미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어 대통령이 국회의 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없어서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가 현재 특검에 근무 중인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부른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법 취지와 달리, 직접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선 검사들이 모순을 느끼고 무력감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의 파견 검사 전원은 지난달 30일 민 특검에게 원소속 검찰청 복귀를 요청했다. 파견 검사들은 입장문에서 “최근 수사·기소 분리를 명분으로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기능이 상실됐으며 수사 검사의 공소 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파견 검사들이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을 ‘만악의 근원’으로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핵심 인사들이 사안별 상설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민주당의 상설특검 요구는 숙련된 검찰의 수사력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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