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신화통신, 제일재경,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국가에 AI·5G·클라우드 기술을 잇달아 수출하고 있다. 중국산 AI 도구와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을 내세워 과학기술 외교를 펼친 덕분이다. 여기에 화웨이 등 중국 빅테크를 가교 삼아 디지털 실크로드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는 2015년 처음으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을 공개했다. 광케이블, 해저케이블 등 인프라와 AI·5G·데이터센터 등 첨단기술 산업을 통해 전 세계 디지털 경제를 중국 중심으로 연결한다는 게 디지털 실크로드 핵심이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핵심 축으로 지목한 이후 탄력받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달 파키스탄과 디지털 파트너십 강화 협력을 맺었다. 지난 8월 파키스탄 업체 인더스클라우드, 지난해 10월엔 파키스탄 국립은행과 데이터센터 개발 협력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국 중싱통신(ZTE)이 화웨이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 5G 네트워크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말레이시아 5G 네트워크 절반 이상이 중국 장비로 운영된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는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도 급속도로 세를 넓히고 있다. 케냐의 도시 교통 관리에 화웨이의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화웨이의 금융기술 부문 클라우드컴퓨팅·AI 서비스를 사용한다. 작년 말에는 화웨이가 헝가리에 유럽 최대 규모의 5G 장비 제조기지를 세웠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위성위치정보 시스템인 베이더우는 약 130개국에서 상업·민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전통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비슷한 기술 기능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디지털 인프라 부문에서 미국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과학기술 외교에 글로벌 리더십 확보와 정치 이념 전파 등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본다. 지난해 중국에선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훈련된 AI 챗봇이 개발됐다. 중국이 AI 기술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 질서에 균열을 내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기술 현지화다. 현지 직원 교육과 고용, 해당 국가의 데이터보호법 준수 등이 전제돼야 한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기술 현대화를 희망하면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한다.
중국과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도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는 “디지털 실크로드는 미국 주도 디지털 질서에 도전하고 궁극적으로 대체하려는 중국 전략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안보, 경제, 정보 분야에서 막대한 이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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