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는 ‘좋은 거품’이다.”(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AI 투자에 일부 거품이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 혁명이 이뤄지는 과정이다.”(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이 ‘AI 거품론’과 관련해 “과열 양상은 있지만 꼭 나쁜 일은 아니다”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 신중론자의 지적처럼 일부 AI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진 측면은 있지만, AI 투자가 기술 고도화를 이끌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다.
좋은 거품론의 중심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사진)가 있다. 베이조스는 지난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한 테크 행사에서 AI 투자에 대해 “금융적 거품(financial bubble)과 다른 산업적 거품(industrial bubble)”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빚으로 빚을 쌓아 올리는 금융적 거품은 시스템 붕괴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산업적 거품은 새로운 인프라 구축과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베이조스는 “AI는 실재하고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라며 “먼지가 가라앉고 승자가 드러나면 사회가 그 발명품(AI)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당시 아마존 주가가 급락했지만, 회사 실적과 경쟁력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베이조스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올트먼은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거품론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당장은 거품이 낀 듯한 부분이 꽤 있다고 본다”며 “사람들은 어떤 곳에 과잉 투자하고, 어리석은 회사에 미친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AI의 AI 인프라 투자는 서비스 고도화로 연결될 것이란 게 올트먼의 주장이다. 그는 “(AI 서비스) 수요는 충분하다”며 “더 좋은 모델을 개발하고 더 나은 제품을 선보이면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AMD로부터 5년간 수백억달러 상당의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를 공급받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올트먼은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업계 CEO들도 AI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리사 수 AMD CEO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AI 투자는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최근 CNBC에 출연해 “AI가 만드는 건 인류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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