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을 거시 세계로 끌어올린 과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양자역학이 이론적 실험 단계를 넘어 양자컴퓨팅 등 응용 산업으로 확장되는 데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25년 슈뢰딩거 방정식과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발표로 고전물리학을 대체하는 양자역학이 수학적으로 정식화된 지 100년 만에 다시 한번 양자 기술 분야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존 클라크 UC버클리 교수, 미셸 드보레 예일대 교수, 존 마티니스 UC샌타바버라 교수를 202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양자역학 세계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물리법칙과 다르다. 전자가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하거나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가능하다. 이 같은 양자 현상은 오랫동안 원자와 전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세 과학자는 ‘조지프슨 접합’을 기반으로 한 초전도 소자를 이용해 만질 수 있을 정도의 회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노벨위는 “양자 현상이 어느 정도 큰 규모까지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물리학의 오랜 질문에 답한 연구”라며 “거시적 양자 시스템 개념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연구는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양자컴퓨팅 길을 열었다.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양자 정보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윌로’라는 양자 칩을 공개했는데, 이 칩은 물리적 초전도 큐비트 105개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구 KAIST 교수는 “이번 수상은 양자 연구 패러다임이 ‘관찰의 과학’에서 ‘응용의 산업’으로 전환되는 길이 마련됐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산업화 가능성을 직접 입증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양자 기술은 방대한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분자 구조 분석, 신약 개발, 암호 해독, 기후 예측 등 복잡한 계산을 기존보다 수천 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다.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예측한다면 양자컴퓨터는 학습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와 양자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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