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회사들이 2033년 10조원 규모로 커질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시장에 일제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존 GIS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모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변압기 슈퍼사이클로 수주 호조에 올라선 전력기기 업계는 GIS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핀란드의 설계·조달·시공(EPC) 전문 기업과 145킬로볼트(㎸)짜리 GIS 14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스웨덴에 이은 두 번째 유럽 수주다. 온실가스인 육불화황(SF?)을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용량을 대폭 늘린 420㎸급 친환경 GIS도 내년 상반기에 인증 시험을 통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은 플루오로니트릴(C4-FN) 혼합가스를 적용한 친환경 GIS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맞수를 놨다. C4-FN 혼합가스는 SF?와 비슷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영향을 약 98%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절연 가스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72.5㎸, 170㎸급에 적용한 이 기술을 245㎸ 이상 특고압 모델에도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남 창원에 1000억원을 들여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인도 푸네 현지 공장에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한다.
170㎸짜리 친환경 GIS를 2020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LS일렉트릭은 본격적인 해외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정부의 산업 효율화 기조까지만 해도 HD현대일렉트릭(변압기), 효성중공업(차단기), LS일렉트릭(배전망)이 각자 맡은 분야에만 올인했다면 지금은 모든 업체가 GIS 선점 작업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륵’ 취급을 받던 GIS 대접은 최근 EU가 친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EU는 2031년부터 GIS에 SF?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노후 제품의 친환경 모델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산업 발전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송배전망이 늘어난 것도 핵심 부속품인 GIS 수요를 부채질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는 글로벌 친환경 GIS 시장 규모가 지난해 54억달러에서 2033년 74억달러(약 1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지멘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일부 선도 기업을 제외하면 친환경 GIS 수주에 성공한 회사가 드문 것도 업계에선 기회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이 수주 기록을 확보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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