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비철금속 세계 1위로 키운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지난 6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고인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제련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비철금속 업계의 거목’으로 불렸다.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 경기고 졸업 후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왔다. 유학을 마친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때부터 아버지 최기호 초대회장을 도와 회사에 합류했다. 초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1980년부터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최 명예회장은 “손에 쥔 재산은 언제든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절대 잃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그렇게 설립한 고려아연 기술연구소는 아연·연·동 제련 통합공정 등 세계 최고 기술의 산실이 됐다. 동업자인 장씨 집안과 힘을 합쳐 영풍정밀 및 서린상사, 코리아니켈 등 계열사를 설립하며 그룹의 기반을 넓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은 자원 빈국이자 아연 제련업 불모지이던 한국에서 고려아연을 키웠다”며 “최 명예회장이 기반을 닦아준 덕분에 고려아연은 ‘갑 중의 갑’인 세계 최대 광산업체와 수수료(TC) 협상에 나설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 명예회장은 사회공헌에도 앞장섰다. 그는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아동복지에 특별히 큰 관심을 쏟았다.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복지단체와도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고려아연 전 임직원 기본급 1% 기부하기 운동’을 이끄는 등 사회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훈장 동백상’을 받았다.
최 명예회장 상가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문객 명단에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영풍의 장형진 고문도 올랐다. 장 고문은 조문 직후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이제중 부회장 등과 약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이 공개석상에서 만난 건 작년 8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최 명예회장 별세를 계기로 당분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례는 7일부터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 고려아연 서울 종로 본사에서 열린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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