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8일)의 마지막 날인 8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K팝이 흘러나오는 매장 앞에는 중국어 간판이 내걸렸고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거리로 나와 중국어로 호객 행위를 했다. 인근 잡화점 직원 윤지현 씨(24)는 “평소에는 개인 손님이 많이 찾는 가게인데 이번 연휴에는 여행사 명찰을 달고 단체 티셔츠를 입은 중국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명동 관광 안내원 안모씨(30)도 “중장년 부모 세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 단위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긴 추석 연휴로 한국인이 해외로 빠져나간 빈자리를 중국인 관광객이 채우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시행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가 맞물린 영향이다. 명절마다 내수 부진을 우려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이처럼 밀려드는 관광객에 힘입어 도심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국경절 기간 중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객은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예약에 따른 전망치는 13만4661명으로, 지난해 대비 30.5% 증가했다. 하루평균 여객도 2023년 1만3546명에서 올해 1만6833명으로 24.2%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373만3606명으로 전체 방한객의 30.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늘어난 수치다.서울 주요 상권은 중국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명동 상권이 대표적이다. 명동의 한 홍삼 매장 관계자는 “중국인 방문객과 구매 문의가 전달 대비 다섯 배는 족히 늘었다”며 “추석 프로모션 매출도 전년 대비 두 배가량 급증했다”고 했다. 중국인 사이에서 ‘필수 쇼핑템’으로 여겨지는 마스크팩과 뷰티디바이스 등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화장품 매장 직원 박모씨(40)는 “중국 연휴 특수로 가게가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붐비는 것 같다”고 했다.
무비자 입국 확대에 따른 불법 체류 등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란수 미래관광전략연구소장(한양대 교수)은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행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무단 이탈한 입국자 관리 방안 등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며 “여행사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진/김영리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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