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혁신에 속도를 높이며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AI 일상화’ 기조에 따라 경영진에서 현장 구성원까지 전사적 AI 내재화 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기술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세계 최초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글로벌 혁신상 수상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몇몇 계열사의 신사업 차원이 아니라, 경영진에서 현장 구성원까지 전 계열사가 동시에 AI 내재화 교육과 기술 적용을 추진하면서 그룹 전체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최 회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그는 평소 “구성원 개개인이 AI를 친숙하게 갖고 놀 줄 알아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갖고 논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툴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일상적인 업무 방식과 사고 체계에 AI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SK그룹은 ‘모든 리더와 구성원의 AI 일상화’를 목표로 사내 교육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통해 AI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AI 개념 이해, 활용 스킬, 최신 AI 툴 사용법을 다루는 온라인 과정을 이수했다. 특히 교육 과정은 단순히 강의 수강에 그치지 않고, 실습·과제·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돼 실제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임원·팀장급을 대상으로 한 ‘AI 리더 과정’은 물론 직원들 가운데 ‘AI 프론티어’ 인재를 선발해 실제 업무 현장에서 AI 도입을 주도하도록 육성 중이다. 이들은 데이터 분석, 업무 자동화, 서비스 혁신 프로젝트에 투입돼 사내 AI 확산의 촉매 역할을 맡는다.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등 경영진을 대상으로는 지난달부터 ‘AI 리더십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글로벌 AI 트렌드와 실제 적용 사례를 직접 학습하며 전략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직원 대상 실무형 AI 강좌와 사내 경진대회를 열어 전 구성원이 AI를 업무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 인재 육성은 단순한 교육 차원을 넘어, 회사 문화와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기반으로 전환시키며 혁신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HBM4는 이전 세대보다 2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적용해 대역폭을 두 배로 확대했으며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실현한 셈이다. 고객 시스템에 적용할 경우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향상시킬 수 있어 데이터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동시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 경쟁력은 곧바로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41%에 달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4분기를 뛰어넘었다.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HBM 시장 지배력이 결합한 결과다.
SK텔레콤은 향후 국내외 방송사, 글로벌 OTT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슈퍼노바를 단순 화질 개선 기술이 아닌 종합 AI 미디어 솔루션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AI 기반 콘텐츠 전송·편집·검색 기술을 접목해 영상 산업 전반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SK브로드밴드도 네트워크와 미디어 인프라 전반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예컨대 초고화질 영상 전송, 맞춤형 광고 추천, 실시간 서비스 품질 관리 등에 AI를 도입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통신·미디어·플랫폼을 아우르는 ‘AI 기반 종합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 80조
SK그룹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내년까지 80조원을 확보하고, 이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 진행 중인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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