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은 지상·해상·공중에서 우주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국내 첫 민간 주도 발사체 사업인 누리호 4차 프로젝트는 물론, 미국 현지 조선소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앞당긴다. “위기는 더 강한 한화를 만드는 기회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윤리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한화그룹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우주 사업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사체에서부터 관측·통신 위성, 탐사 등을 아우르는 우주 밸류체인을 갖췄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총괄 제작을 맡은 누리호 4차 발사 사업이 대표적이다. 오는 11월 발사를 앞둔 누리호 4호는 민간 기업이 제작 전 과정을 맡은 첫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기술, 한화시스템과 쎄트릭아이의 위성 기술이 결합했다. 발사체는 향후 지구 오로라와 대기광 관측, 해양 기후 예측, 영상 촬영 등 다양한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민간 기업 중 최초로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SAR 위성은 전자기파를 이용해 지구 표면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능동형 레이다 위성이다. 2023년 첫 발사에 성공한 뒤 현재 650㎞ 상공에서 지구를 관찰하고 있다.한화는 관측 위성이 얻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저궤도 위성 통신으로 스마트선박과 자율주행차 등이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우주 사업 전반에 걸친 인재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한화는 독일, 튀르키예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경쟁 제품을 제치고 이번 사업을 따냈다. 올해 초 루마니아 정부와 세부 협상 끝에 K9, K10뿐만 아니라 정찰·기상 관측형 차륜형 장비, 탄약 등 ‘자주포 패키지’를 공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계약이 체결되면서 NATO 회원국 중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는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 6곳으로 늘었다. 누적 수출액은 13조원이다. 한화 관계자는 “계약된 물량이 예정대로 수출되면 K9의 글로벌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미국 수상함 관련 함정정비협약(MSRA) 인증을 받았다. 통상 1년 이상 걸릴 정도로 까다로운 미국 해군의 인증 절차를 7개월 만에 통과했다. 한화는 ‘윌리 쉬라’함과 ‘유콘’함의 MRO 사업을 같은 해 8월, 11월에 각각 수주했다.
해양 방산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이 배경이 됐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에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전지를 결합해 잠항 지속시간을 끌어올렸다. 잠수함 전면에는 수평 발사체계를 탑재해 어뢰와 대함미사일 등 무기체계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한화 관계자는 “핵 추진 잠수함을 제외하면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강의 무장 수준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해외 잠수함 수주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HD현대와 ‘K 방산 원팀’으로 출전한 캐나다 초계 잠수함 계획(CPSP)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 캐나다 해군이 3000t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8조원 규모 폴란드 잠수함 입찰 사업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그리스 등 향후 5년간 열릴 수주 사업에서도 ‘K 잠수함’의 우수한 성능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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