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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신병원에서 아트페어…황금빛 아르누보 교회와 조우[비엔나 건축투어]

입력 2025-10-13 16:57   수정 2025-10-14 09:05

오스트리아 빈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약 15분. 빈 16구의 펜칭 지역으로 향하면 슈타인호프에 다다른다. 100만㎡에 달하는 녹지가 펼쳐진다. 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휴양지이자 시민들의 트레킹 구역.





이곳의 정식 명칭은 ‘오토 바그너 구역(Otto Wagner Aerial)’이다. 오토 바그너 구역엔 아르누보 건축물 40개가 들어서 있다. 1907년 시립정신병원으로 지어져 1, 2차 세계대전과 나치 독일 시대를 거치며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품은 곳. 오토 바그너가 전체 구역의 설계를 맡았고 가장 높은 곳엔 특별한 교회도 지었다. 당시는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연구가 가장 활발하던 때였다.



지난달 10일 찾은 오토 바그너 구역엔 조금 특별한 아트페어 ‘패러렐 빈’이 열리고 있었다. 언덕마다 넓게 펼쳐진 40개의 아르누보 건물 중 4개를 사용해 갤러리 100여 곳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조각에서 설치, 영상 작품에 이르기까지 중견과 신진 작가, 명작을 아우르는 이 아트페어는 병원으로 쓰이던 진료실과 검사실, 입원 병동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환자들의 식사를 책임지던 주방 공간엔 대형 설치 작품들이 늘어섰고, 환자들과 의료진이 함께하던 극장 건물은 아트페어의 입구이자 조각 작품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관람객은 각 병실과 진료실을 드나들며 역사의 흔적을 미술 작품과 함께 감상했다. 도심에서 가까운 데다 녹지를 확보한 이 공간에선 더 이상 첨단 의료기기 등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빈시의회는 10여 년에 걸쳐 병원을 이전했다. 원래의 쓸모가 사라진 공간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은 건 예술가들이었다. 올해 13회째를 맞은 ‘패러렐 빈’은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 예술의 꽃을 피우기로 했다.





로버트 람사우어 패러렐 빈 매니징디렉터는 “나치 독일 시절 인체 실험이 자행된 건물도 있고, 누군가는 정신병을 앓다 치유되기도 한 곳”이라며 “일부 건물은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로, 일부 건물은 빈국립음대 학생들의 연습실로 재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구역의 정점은 언덕을 조금 더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성레오폴트교회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르누보 교회 중 하나로 오토바그너교회로도 불린다. 바그너는 이 교회를 가장 위생적이고 경제적이면서 아름답게 지었다. 황금과 흰 대리석이 조화를 이루는 이 교회는 기존 건축물이 가진 장식을 덜어내고 곡선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들어서자마자 넓은 공간에 밝은 빛이 비치는데, 빈 분리파 공예가이자 바그너와 깊게 교류한 콜로만 모저가 유리 모자이크 창문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 곳곳을 들여다보면 환자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혹여 넘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의자 간격과 모서리 부분까지 배려한 세심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황금빛 성수대는 물이 그릇에 담긴 일반적 구조가 아니라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이 역시 각종 사고와 전염 등을 예방하고자 한 건축가의 뜻이 담겨 있다.

빈=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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