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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 환경에서 노동·사회정책으로 진화

입력 2025-11-03 09:00   수정 2025-11-03 09:22

[한경ESG] 러닝 - 미래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 ②



기고=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1970년대 미국, 화학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줄줄이 해고됐다.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강화했고, 정화시설 설치 부담을 견디지 못한 석유·화학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천 명이 생계 위기에 몰렸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원자력 노동자조합(OCAW)의 토니 마조키는 1990년대 들어 “환경을 지키는 건 옳지만, 근로자가 희생되어선 안 된다”며 실직자 보상과 재교육을 위한 ‘슈퍼펀드(Superfund for Workers)’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가 훗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개념의 출발점이 됐다.

흥미롭게도,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문제에서 비롯됐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면 결국 ‘사람’과 ‘사회’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탄광 도시의 상점도, 학교도, 병원도 함께 흔들린다. 그래서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정책일 뿐 아니라 노동과 사회정책의 핵심과제다.

환경 위한 변화에도 기회 불평등 고민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 2023(Job Creation and Local Economic Development 2023)’ 보고서는 이를 수치로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업 전환은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어떤 일자리가 생기는지를 결정짓는다. OECD는 업무의 10% 이상이 친환경과 관련한 ‘그린 태스크(green-task) 직종’을 중심으로 이를 분석했는데, 2023년 기준 OECD 근로자의 약 18%가 이 직종에 속했다. 새롭게 창출되는 친환경 일자리가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대도시와 지방 간 격차다. 수도권은 친환경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지방은 여전히 석탄·철강·화학산업 의존도가 높아 전환의 충격이 더 크다. 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그린 산업 종사자의 72%가 남성이며, 절반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층이라는 점이다. 기후 전환은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변화’지만, 아무런 정책 개입 없이 시장의 흐름에 맡긴다면 ‘기회의 불평등’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ILO는 2015년 채택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목적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지속가능성을 추진하면서 근로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과정에서 겪게 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ILO는 이를 위해 정부·기업·노동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와 함께 직업 재교육, 소득 안전망, 지역 개발 연계 등을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결국 정의로운 전환은 산업의 변화를 넘어 ‘사회적 약속’을 새로 쓰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자리 전환과 창출은 기후 전환 대응의 핵심

기후 전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람 중심 전환’을 설계하려는 시도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유럽은 정부 정책 차원에서 ‘일자리 중심의 전환 프레임’을 기후 대응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2027년 약 550억 유로 규모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Just Transition Fund, JTF)’을 조성해 탄광·화력발전 등 탄소 의존 산업의 근로자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은 단순한 보상금이 아니다. 각국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이 함께 참여해 ‘노동자 재교육?산업 다각화?신규 투자 유치’를 결합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지역이다. 스페인 정부는 2019년 독자적 ‘정의로운 전환 전략(Just Transition Strategy)’을 수립해 근로자 재교육과 산업 전환의 틀을 마련했다. 이후 2021년 EU의 JTF 출범과 함께 공식 수혜 지역에 포함됐다.

중앙정부의 정책 리더십 아래 아스투리아스 자치정부는 지방대학·직업학교와 연계해 폐광 근로자들이 풍력·수소 생산과 전력망 유지보수 등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의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민간기업 엔데사와 이베르드롤라는 폐광 부지에 태양광발전소와 수소 생산 단지를 조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 결과 1000명 이상이 새 일자리로 전환했고, 100여 개 중소기업이 설립되거나 이전하면서 지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전환 전략, 기업의 투자, 지방의 참여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정의로운 전환을 주도하지만, 정부·지역사회·공공기관과의 협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포드는 내연기관차 시대를 마감하고 전기차(E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을 완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테네시와 켄터키주에 대규모 EV 캠퍼스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며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포드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과 협력해 기존 근로자의 재교육과 고용 보장 제도화를 추진했다. 내연기관차 관련 직무가 줄어드는 대신 전기차·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근로자들이 ‘직무 이동을 통한 고용 유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테네시주에서는 지방정부·대학·직업훈련기관과 협력해 현지 인재를 전기차 산업 인력으로 육성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지역 기반을 강화했다. 기술 전환을 사회적 협력 구조로 확장함으로써 산업변화가 지역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하나다. ‘일자리의 전환과 창출이 곧 기후 전환 대응의 핵심 요소’라는 인식 전환이다. 정부가 제도적 틀을 세우고, 기업이 혁신을 실행하며, 지역사회가 그 결과를 공유할 때 비로소 전환은 정의로워진다. 탈탄소의 여정이 모두에게 공정하지 않다면 그 어떤 녹색성장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소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세계 최대 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로, 기업들이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 달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재화하도록 가이드라인과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UNGC 한국협회는 다양한 파트너와 국내 ESG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고 정의로운 전환 관련해서도 기업의 실행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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