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지라시'는 증권가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통상 정보지를 말합니다. 내용은 팩트를 기반해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보통은 한 번 '쓱' 읽고 넘기곤 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 부동산 시장에도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받) 엠바고
2025.10.10.(금)
1. 주택담보 가계대출 4억원 제한
2. 서울 전 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3. 경기 주요 지역 투기과열 또는 조정지역 지정
4. 마포, 성동, 강동구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5. 금리인하는 11월
6. 공공임대, 토지반환부주택 서울지역 공급하겠다고 '진심'으로 선언
구체적인 시간과 내용이 담겨있다 보니 해당 정보지를 두고는 말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은 "추석 지나고 규제 들어갈 것이라고 하더니 진짜였나보다", "집값 잡겠다고 내리 규제만 한다", "이번 규제 이후 또 다른 규제가 나오는 게 아니냐" 등 불안과 우려가 섞인 반응들이 많았죠.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 이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추가 대책 낸다. 공시가격 인상도 검토', '부동산 추가대책 나온다…보유세 강화도 검토' 등 대책과 관련한 다수 보도에 대해 "부동산 대책 발표 여부 및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며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시장과 관련한, 지라시와 같이 추측성 내용이 담긴 정보지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영향입니다. 특히 최근 집값을 밀어 올리는 것은 '규제 전 사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평생 할 수 없다'는 포모(FOMO·다른 사람이 누리는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는 마음) 현상 탓입니다.
높은 가격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페널티가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엔 상대적으로 수요가 덜 몰리고 있습니다만 2급지인 마포, 성동, 동작, 광진, 강동구 등으론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서울 성동구 소재 한 공인 중개 대표는 "추석 직전까지 집을 사고 싶다는 실수요자가 많았다"며 "계약금을 넣기 위해 계좌를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팔지 않더라.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다 보니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명자료가 나오고 불과 이틀 뒤인 전날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가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전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당장 집값이 뛰고 있는 한강 벨트와 과천, 분당 등 집값이 과열된 곳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제지역이 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지고 다주택자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도 강화됩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정해 대출을 더 조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재 은행권 기준으로는 40%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DSR 한도 자체를 낮추거나 전세대출, 정책대출 등 DSR이 적용되지 않았던 영역에 이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세금 인상과 관련해선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추가 대책에 들어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등은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은 만큼 대책에서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6·27 대책(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과 9·7 대책(주택공급 확대 방안) 등 이재명 정부에서 2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이렇다 할 대책 효과를 거두지 못하지 않았느냐"며 "향후 어떤 대책이 나오든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방안이 없다면 임시방편에 그치는 수준밖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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