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공연기획사 UNQP는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음악 감상과 전시를 결합한 프로젝트 '딥 리스닝 : 쇼팽 콩쿠르'를 서울 강남의 전시공간 '다움'에서 진행 중이다.
도심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 100년 역사를 돌아보고 전설적인 연주를 함께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적 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앤드선즈와 하이엔드 오디오 피터 링돌프가 협업한 ‘스타인웨이 링돌프’ 시스템을 통해 쇼팽의 음악을 들려준다. 관람객들은 쇼팽이 생전에 사용했던 플레옐과 에라르 등 시대악기로 녹음된 연주도 함께 들을 수 있다.

'딥 리스닝'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행위를 넘어 '온전히 듣는 것의 가치'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다. 김주희 UNQP 대표는 최근 아르떼와 인터뷰에서 "요즘 음악은 대부분 혼자 이어폰으로 듣는데, 우리는 한 공간에서 '같이' 듣는 경험을 회복하고 싶었다"며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감상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이 일상의 배경음이 된 시대에, 한 공간에서 음악을 함께 듣는 경험을 새롭게 제안하려는 시도다. 또 듣는 행위가 개인적 감상을 넘어 공유된 집단의 기억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청음회는 바르샤바 현지 콩쿠르 본선 타임라인에 맞춰 기획됐다.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 실황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쇼팽 콩쿠르의 역사를 장식한 거장들의 연주가 함께 소개된다. 1960년 비동구권 최초 우승자 마우리치오 폴리니, 1975년 우승 후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1965년 우승자이자 여전히 전설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가 포함된다. 또한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쇼팽의 피아노곡을 연주한 야누시 올레이니차크, 그리고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개성 있는 연주로 심사위원장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즉석에서 ‘루빈스타인 특별상’을 신설해 수여했던 미셸 블록의 연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을 채우는 적정 인원수도 15명으로 한정했다. 그 이상이 되면 듣는 경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15명 정도가 앉았을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종일 음향을 조정했다. 그 인원이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스윗 스폿"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시 공간은 도심 전경이 펼쳐지는 독립된 층으로, 현대의 ‘듣기’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환경 자체를 무대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폴란드 국립 프레데리크 쇼팽 연구소(NIFC) 와 쇼팽 박물관의 협력을 통해, 쇼팽의 삶과 음악 세계를 함께 전시한다. 1830년 조국 바르샤바를 떠나 망명길에 오른 쇼팽이 파리와 프랑스 남서부 노앙에서 완성해낸 예술의 궤적, 병약한 육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여정이 음악과 영상,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전시와 음악감상회는 쇼팽 콩쿠르의 결선이 열리는 19일까지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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