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개발 교육학(Workforce Education and Development)’은 한국에서는 낯선 학문이다. 이 분야는 거시적인 사회경제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산업 현장 요구에 맞는 인력을 효과적으로 훈련하고 배치하는 방안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노동시장에서 특정 직업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날 때 현직자의 재교육과 전직,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설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인사제도의 개편이 주요 연구 주제가 된다. 인력개발 교육학 관점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가 바꿔 놓은 불확실한 미래,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경력을 선택해야 하는가.’
AI 도입 초기만 해도 누구나 ‘단순·반복적 저숙련 직업이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광고, 디자인, 예술처럼 인간만의 창의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던 고숙련 전문직까지 변화의 파고가 밀려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변화가 곧바로 대규모 실업이나 노동의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거침없어 보이는 기술 혁신이 ‘직업의 반격’을 불러오기도 한다. 노동 대체가 이뤄진 인근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생겨나거나 기술 혁신으로 인한 일시적 고용 감소가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동화·로보틱스·무인화 등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흐름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은 분야부터 선택적으로 진행되며, 그렇지 않은 일은 오랫동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이처럼 기술 혁신이 직업에 미치는 영향은 직선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만 기댄 성급한 예측으로 직업 소멸을 단정하는 것은 부정확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세계 유수 대학들의 강좌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OOC)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이제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용주는 무크가 발급하는 학습 완료 증명서나 디지털 배지 같은 인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대학은 교육 과정의 경직성, 느린 혁신 속도, 산업 수요와의 미스매치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학 소멸의 이유가 아니라 변화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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