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주 상승세가 무섭다. SK하이닉스는 2거래일 간 18.9%, 삼성전자는 9.7% 급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차익실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조정이 올 때마다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취할 때라는 조언이다.
달러나 엔화 등의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연휴 기간 인공지능(AI) 관련 호재성 뉴스가 쏟아지며 반도체 주가를 자극했다. 지난 6일 반도체 업체 AMD는 오픈AI와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칩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히 AMD에 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반도체주에만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상승종목(유가증권시장 277개)보다 하락종목(624개)이 더 많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소식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01%), LIG넥스원(-4.95%) 등 방산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이면서 2차전지주도 내렸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AI 버블론’에 대해 “아직 버블 구간이 아니다”라며 “ ‘매그니피센트 7(M7)’의 24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7배로 1990년대 후반 IT 버블 당시의 절반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기술주 버블 단계인 ‘기술 혁신-주가 상승-과열-붕괴’ 가운데 2단계에 있다고 봤다. HBM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도 호재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 반도체주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2~3%씩 조정이 나올 때마다 반도체주를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상승 기간이 짧았던 반도체 전공정 소부장 관련주나 범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020억원어치 사들인 반면 SK하이닉스는 71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도체주를 앞세운 코스피지수도 무난히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이후 목표치를 4000(12개월 선행 PER 13.4배)로 상향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까지 맞물려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치솟는 원·달러 환율은 부담이다. 교착 상태에 놓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길어지며 원화 약세 현상이 짙어지면 외국인 순매수세가 약해질 수 있다.
10월과 12월에 Fed가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증시엔 장애물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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