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
10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17일 여름방학을 맞아 현지 박람회에 참석하겠다며 캄보디아로 향했다. 1주일 후 그의 휴대전화로 한 남성이 A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조선족 말투의 이 남성은 "A씨가 이곳에서 사고를 쳐 감금됐다. 5000만원을 보내주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깜짝 놀란 A 씨 가족들은 캄보디아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2주일이 지난 지난 8월 8일 A 씨는 현지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캄보디아 캄폿주의 보코산 범죄단지 인근에 감금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감금 피해가 주로 발생해온 지역이다. A 씨 사망 원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
경찰 관계자는 "지난 달 캄보디아 현지에 경찰 등을 파견해 A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송환하려 했으나, 캄보디아 정부 협조 문제로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치안이 불안하고 현지 경찰조차 부패가 심각한 곳으로 악명 높다. 납치된 한국인들이 경찰에 돈을 내고 풀려나거나, 다른 조직에 되팔리는 일 또한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런 사태와 관련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국민이 범죄조직의 상품으로 팔려 가고 있는데,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이를 방치나"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해체하고 대법원장을 정치공작으로 찍어내려 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며 자신들의 범죄 지우기, 정치보복에 몰두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우리 국민이 납치·감금·실종하고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대부분 '고수익 해외 취업'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피해자들이라고 한다"면서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미얀마·태국 등에서도 중국계 범죄조직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납치해 피싱 범죄에 강제로 동원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종 매체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 취업한다는 걸 미끼로 우리 청년들이 범죄의 수렁에 빠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재일교포 사이트에는 월 700+α 고소득을 미끼로 텔레마케터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 마약 투약을 강요받은 한 피해자에 따르면 '이거 해피해피한 거다'라고 해서 분위기에 취해 마셨는데 이후 그 값을 빚으로 뒤집어 씌우고 범죄에 가담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고거래앱 당근마켓 등을 중심으로 일당 40만원 등 고액을 제안하는 캄보디아 아르바이트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캄보디아에 가서 서류만 받아오면 된다는 달콤한 현혹에 속아넘어가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당부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고액 일당으로 미루어 이는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로 보기 어렵고, 사기나 인신매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서류 배달 등 단순 업무 명목으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현지서 한국인 납치·감금 사례가 지속되고 있으나, 현지 경찰의 방관 또는 협조 부족으로 피해 발생 시 구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는 집계치보다 훨씬 많은 청년들이 감금된 채 범죄를 강요받고 있을 걸로 우려되는 만큼 적극적인 국제 공조 수사와 외교적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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