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수원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44)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식당에 방문한 한 손님이 국수와 만두 등 1만6000원어치의 음식을 주문해 먹고는 계산하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최씨는 “손님이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며 “소액이라 번거로워 경찰에 신고하진 않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이런 일이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10일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임승차·무전취식 관련 112 신고는 2021년 6만5217건에서 지난해 12만9894건으로 99.2% 증가했다. 올해 1~7월 기준으로는 7만7547건이 접수돼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수치를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로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2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부천의 한 음식점에서 삼겹살 2인분과 소주 2병 등 3만8000원어치를 무전취식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시 아무런 수입 없이 긴급생활비를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생계형 범죄는 대부분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범칙금 통고처분(5만원)이나 즉결심판(최대 20만원 벌금)으로 마무리되지만 A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전과가 있어 이례적으로 사기죄를 적용해 기소됐다.
이 같은 약한 처벌 수위가 무전취식 및 무임승차 급증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의성이 입증되거나 상습범인 경우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지만 그나마도 벌금형에 그치기 일쑤다. 자영업자에게 수만~수십만원의 피해를 주더라도 벌금 몇만원만 내면 된다는 인식 탓에 실질적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은 “상습범은 가중 처벌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무전취식·무임승차 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 등 국가기관이 서민에 속하는 자영업자를 적극 보호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문용필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사회 양극화, 빈곤층 증가 등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근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1인 가구,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맞춤형 지원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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