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둥성 외자 유치 담당 공무원은 “중앙정부가 주는 첨단산업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모든 성이 경쟁하는 형국”이라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첨단산업 인프라를 깔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여러 공무원이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을 부추기는 중국 공산당의 전략은 기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인구나 땅덩어리로 보면 하나의 국가 규모인 23개 성도 자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중국이 올해 과학기술 분야에 투입하는 나랏돈은 작년보다 8.3% 늘어난 1조2464억위안(약 245조원).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지방에 뿌려지는데 ‘n분의 1’로 나누지 않는다. 공산당의 1순위 목표인 ‘기술 자립’을 실현해줄 ‘국가대표 기업’ 후보들이 몰린 성에 집중된다. 시장경제와 성과주의를 지방 보조금에도 적용한 셈이다.
이런 식이다. 중앙정부는 정책 우선순위와 평가 시스템에 따라 지방정부에 인센티브 예산을 준다. AI·로봇·신에너지·바이오 등 국가 중점 전략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될성부른 기업’을 여럿 거느린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시범사업을 따낸다. 여기에서 성과를 내면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잘하는 지방정부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그러니 지방정부는 인프라 구축과 스타트업 육성에 나설 수밖에 없다. 광둥성 선전이 로봇·스마트 기기 스타트업을 위해 70억위안짜리 투자 펀드를 조성한 것이나 주하이가 현지 기업에 5억위안 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장성은 공무원들이 ‘제2의 딥시크’를 찾아낼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대규모 AI 교육에 나섰다.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광둥성 등 기존 테크 중심지들은 곳곳에 휴머노이드 혁신센터를 세우며 다른 성들의 도전을 뿌리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지역 내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도 철저한 경쟁 시스템을 적용한다”며 “한정된 예산을 여러 기업에 나눠 줘선 죽도 밥도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항저우·지난·허페이=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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