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R1’은 ‘레드테크’(중국의 최첨단 기술)가 하드웨어(HW)를 넘어 소프트웨어(SW)에서도 실력자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못지않은 성능의 LLM을 10분의 1 비용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하드웨어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큰 소프트웨어에서도 세계 최강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굴기’는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 기술력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표 주자는 샤오미와 화웨이. 샤오미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 200개가 넘는 자사 제품을 ‘하이퍼 OS’로 엮어 한 번 샤오미 고객이 되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전략을 쓰고 있다. 화웨이도 ‘하모니 OS’를 통해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와 화웨이는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모바일 생태계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은 중국 소프트웨어 혁신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텐센트가 구축한 미니 프로그램은 위챗 앱에서 바로 실행되는 ‘앱 속의 앱’이다. 사용자들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별도로 앱을 다운로드받을 필요 없이 위챗 앱에서 곧바로 쇼핑, 금융, 공공 서비스, 게임 등을 할 수 있다.
중국이 단시일에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도약한 배경에는 공산당의 주도면밀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소프트웨어 자립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이 소프트웨어 공급 및 업데이트를 끊으면 중국의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중국 정부는 A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국가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격상했고, 2030년까지 AI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막대한 재정도 쏟아붓고 있다. 기술 자립형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최근 조성한 600억위안(약 82억달러) 규모의 국가AI투자펀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총 연구개발(R&D) 지출은 2023년 3조3278억위안(약 4747억달러)으로, 그해 한국 전체 예산(638조7000억원)보다 5.6% 많았다.
베이징=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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