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박모씨(22)를 고문한 뒤 살해한 중국계 갱단 조직원 3명이 현지 법정에 선다. 하지만 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수사당국에서 대다수 피해자가 한국인인 사건에 대해 후속 수사나 재판 등을 제대로 진행할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를 당한 국내 피해자들도 피싱 조직원들을 국내로 압송해 엄벌에 처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12일 캄포트주 검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검찰은 최근 류모씨(35) 등 중국인 남성 3명을 살인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류씨 등은 한국인 박씨를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박씨의 시신은 8월 8일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 한 차량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어 박씨가 사망 직전까지 감금됐던 범죄단지를 급습해 공범 1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수사당국은 도주 중인 중국인 용의자 2명을 쫓고 있다.
이들 중국인은 대한민국 국민을 살해했지만 한국이 아니라 캄보디아 법정에 서게 된다. 이는 국제법상 ‘범죄 발생지 국가가 일차적 형사 관할권을 가진다’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캄보디아가 세계적으로 부패한 나라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현지에선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하고도 뇌물을 받고 풀어주는 사례가 빈번하다. 캄보디아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4년 부패인식지수에서 180개국 중 158위(20점)를 기록했다. 5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범죄단지에선 강원경찰청이 추적하던 한국인 조직원 15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 경찰은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들은 불과 2주 만에 풀려나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졌다.
외교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국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보호 노력 대신 상황을 1년 이상 방관해온 탓이다. 연간 10~20건에 불과하던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는 지난해 221건으로 늘었고 올해 8월 누적 기준으로 330건까지 폭증했다.
이처럼 캄보디아가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 거점 국가가 됐지만 양국 간 외교 채널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캄보디아 측에서 “한국에 체류 중인 반정부 인사 부트 비차이(37)를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후 상호 간 실무 협의도 거의 올스톱됐다.
외교부 등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경찰 역시 캄보디아 피싱 조직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기 피해자들은 최근 정부에 제기한 민원에서 “캄보디아발 피싱 범죄자들을 하루빨리 국내 법정에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김다빈/류병화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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