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녹록지 않은 자동차 산업 위기를 전략적으로 헤쳐 나가며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톱3에 현대차그룹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인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현대차그룹은 도전적 혁신을 통한 구조적 체질 개선을 지속하며 판매와 경영실적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이로운 성장을 이뤄냈다.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총 723만여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도요타, 폭스바겐과의 3강 체제를 굳게 지켰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은 2019년 163조8924억원에서 지난해 282조68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5조6152억원에서 26조9067억원으로 380% 급증했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13조86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처음 글로벌 2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2배 이상 상회했다.
현대차·기아는 혁신적인 상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올 상반기 전기차 글로벌 누적 판매 200만대를 돌파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는 반기 기준 처음으로 60만대 판매를 넘겼다.
정 회장이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제네시스는 글로벌 판매량이 2019년 7만7135대에서 지난해 22만9532대로 많이 증가했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코로나19와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위기, 세계 통상 질서 재편 등 경영 환경을 둘러싼 각종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약진을 이뤄냈다.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전후는 코로나19로 자동차 부품의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2021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이듬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정이 심화했다.
그런데도 정 회장의 발 빠른 리더십으로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 여파에 맞서 부품 운영의 유연한 조정을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함으로써 2021년 자동차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했다. 직접 반도체 업체들과 구매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빠르게 반도체 품귀 사태를 극복했다.
이 밖에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양복 정장에서 청바지 티셔츠로의 복장 변화 등 작은 변화에서부터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변화를 꾀했다.
정 회장은 올해 유럽에서 가진 타운홀미팅에서도 "임직원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는 조직 문화는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라며 "서로를 믿고 모두의 역량을 어떻게 극대화해야 할지 고민한다면 우리는 함께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모빌리티 연구 및 혁신 허브인 국내에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는 현지 공급망을 확대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다.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다. 같은 기간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1003대로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친환경차의 우수한 상품성은 글로벌 수상 내용과 호평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일례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9 등 전기차는 업계 최고 권위의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됐다. 또 싼타페, 코나, 니로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독일 아우토 자이퉁, 아우토 빌트 등 유럽 자동차 전문지의 비교 평가에서 경쟁 모델을 압도하며 1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매년 친환경차 판매 기록을 경신해오고 있다. 2019년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판매량은 37만여대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4배가량 증가한 141만여대로 집계됐다. 2022년 이후 연간 1백만대 이상 판매가 이어지면서 2019년 138만여대에 머물렀던 친환경차 누적 판매 대수는 올 상반기 700만대를 돌파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로봇을 현실 속 동반자로 구현하고, 모빌리티의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에 정 회장의 주도하에 2021년 현대차그룹은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미래 모빌리티 퍼스트무버로서 로보틱스를 모빌리티 산업 밸류체인에 선제적으로 편입시키며 고객의 이동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사업은 자동차 생산공정 혁신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 친화적인 제품을 보다 많은 고객에게 공급하겠다는 목표 아래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물류 로봇, 서비스로봇, 웨어러블로봇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 구축을 통해 인본주의 가치 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주력 제품군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용 로봇 ‘스트레치’ 등의 생산을 추진한다.
다만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올해 4월부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난관이다. 자동차 부문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은 15%까지 관세 인하에 성공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올 3분기 그룹이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신년회에서 현재의 위기를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했고, 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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