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가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학법인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할 때 대학평가뿐만 아니라 법인평가까지 반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이 법인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학법인이 학교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그는 “법인의 교육 철학에 따라 학교 경쟁력이 좌우되는 구조”라며 “법인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탓에 학교 경쟁력이 저하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상당수 대학이 존폐 기로에 서면서 학내 구성원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제가 된 사학들이 국가장학금과 대학 재정 지원 형태로 세금을 지원받을 때는 ‘공적 기관’임을 내세우고 검증받을 땐 ‘사유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모순적”이라고 했다.
사학 비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는 견제 장치 부재와 취약한 회계 투명성을 꼽았다. 그는 “이사회가 사실상 설립자 일가의 거수기로 전락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회계 투명성이 취약해 교비회계를 법인회계로 끌어다 쓰는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설립자 가문의 이사회 참여를 완전히 막자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일부 사립대의 족벌 경영 체제가 문제라고 해서 사유 재산을 부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다”며 “다만 교수와 학생을 대표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견제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가 이사장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선임해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학 총장이 학생과 교원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법인의 이해관계에 맞춘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총장 직선제 도입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4년제 사립대 총장 중 94.6%가 간선·임명으로 선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입시 경쟁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한국 대학은 한참 아래에 있다”며 “대학 법인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회계 투명성이 확보돼야 대학의 근본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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