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은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치인 840만~980만 대는 실현 불가능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2035년까지 무공해차가 전국에 840만 대 깔리려면 2035년 한 해에 전체 자동차 판매의 93.8%를, 980만 대는 신차 판매 전부를 무공해차로 채워야 한다는 게 근거다.
이들은 “목표대로 가면 내연기관에 집중돼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국내 부품사 약 1만 곳 중 절반(45.2%)은 엔진·변속기·연료·배기계 등 내연기관 부품을 제조하고 있고, 1차 협력사만 추려도 86.5%는 전기차 등의 매출 비중이 30%도 안 된다. 조합은 “내연기관 부품사에 종사하는 직원만 11만5000명인데,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수입차 관세에 더해 노란봉투법 제정으로 업계는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며 목표치를 550만~650만 대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급격한 전동화 전환이 중국 전기차 공세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A부품사 대표는 “수입 승용 전기차의 중국산 비중은 2020년 2%에서 지난해 26%로 뛰었다”며 “국내 부품업체들에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단 하이브리드카 등의 판매 비중이 30%로 늘어난 뒤에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내연차 규제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은 무공해차 판매의무 규제를 철폐했고, 유럽연합은 2035년으로 잡아 놓은 내연기관 판매금지 시점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3일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8%, 53%, 61%, 65% 각각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를 2035년 차량 등록 대수를 2800만 대로 가정해 계산하면 무공해차 등록 비중은 각각 30%(840만 대), 34%(952만 대), 35%(980만 대)로 추정된다. NDC는 각국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일지 5년마다 내놓는 목표치로 정부는 올해 11월 2035년 목표치를 발표해야 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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