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커피 전문점이 무한히 많고, 모든 커피의 맛과 품질이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어느 커피점도 균형 가격보다 비싸게 받지 못한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간다. 굳이 가격을 싸게 할 이유도 없다.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릴 순 있겠지만, 하루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격을 내리면 매출만 줄어든다.
이런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다수의 판매자가 거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며 진입 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생산자는 판매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드물다. 경제학 교과서에선 쌀과 우유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의 사례로 들지만, 쌀도 이천 쌀과 강진 쌀이 다르고, 우유에도 등급이 있다.
이미 100년 전에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고전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1930년대 영국의 조안 로빈슨과 미국의 에드워드 체임벌린은 현실에서 완전경쟁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독점시장, 과점시장, 독점적 경쟁시장 등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켰다. 이 같은 변화를 ‘불완전경쟁의 혁명’이라고 한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다수의 판매자가 있다는 점에서는 완전경쟁시장과 같다. 그러나 독점적 경쟁시장의 상품은 생산자에 따라 조금씩 차별화 요소를 갖고 있다. 차별화 요소는 다양하다. 빼어난 맛, 청결한 위생 상태, 친절한 사장님, 잘생긴 아르바이트생 등이 모두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이를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의 생산자는 어느 정도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한다. 단골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집 커피나 저 집 커피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특정한 커피집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커피집은 그 손님에 대해서는 독점 사업자와 비슷한 지위를 갖는다.
이에 따라 완전경쟁시장과 달리 독점적 경쟁시장의 생산자는 가격에 대해 약간의 통제력을 갖는다. 잘생긴 알바생을 보기 위해 커피를 사러 오는 손님이 있다면 그 가게는 커피값을 조금 비싸게 받아도 매출에 타격이 없을 것이다. 스타벅스보다 비싼 동네 커피집이 있다면 뭔가가 다른 집이라고 보면 된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생산자가 장기적으로도 높은 이윤을 내는 방법은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유지해 단골을 꾸준히 늘려가거나 경영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져서 시장 수요가 늘어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지만, 개별 생산자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 자영업자들이 밤낮없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스타벅스보다 비싼 커피집 사장도 그럴 것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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