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13일 오후 1년 반 만에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선 건 국제금융시장 흐름에 비해 원화 가치 절하 폭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화 가치가 출렁이는 것은 주요국도 겪는 일이지만, 원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에 나선 가운데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요국 통화가 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면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확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날 하루만 놓고 봐도 주요국 통화당 원화 환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원·유로 환율은 지난 10일 유로당 1643원95전에서 이날 1657원71전으로 10원 넘게 올랐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29원64전에서 939원11전으로 상승했다. 원·파운드화 환율은 1890원50전에서 1905원58전으로, 원·스위스프랑 환율은 1763원36전에서 1781원69전으로 올랐다.
이들 통화와 원화가 직접 거래되는 시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과 각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고려한 재정환율로 거래된다. 이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다른 나라 통화 가치는 일제히 상승했는데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무역전쟁과 위험 선호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라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순매도로 전환한 것도 환율 상승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는 변동성도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원화의 하루 평균 변동률은 0.42%로 달러화(0.35%), 유로화(0.35%), 파운드화(0.3%), 엔화(0.4%)보다 컸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최근 98~99를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엔 달러화지수가 이 정도일 때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움직였다. 2023년 7월께는 1260원 안팎을 기록했고, 2022년 3~4월엔 1212원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약해진 기초체력을 지적하고 있다. 0%대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저출생·고령화로 급증하는 복지 지출을 고려하면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은은 국민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환율을 둘러싼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했다고 보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소 트럼프 정부가 유지되는 3년간은 1400원대 환율이 계속될 것”이라며 “상당히 높아진 환율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말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관세협상에 대해선 “타결되더라도 환율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대신 현지에서 바로 생산하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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