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신보를 통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으로 직행하며 아델의 판매량을 넘어서고 신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일각에서 30가지 이상의 버전으로 앨범을 발매한 것을 두고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빌보드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차트 예고기사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정규 12집 '더 라이프 오브 어 쇼걸'은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다.
이로써 스위프트는 해당 차트에서 15번째 1위를 달성, 드레이크와 제이지를 제치고 솔로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1위 앨범 보유자가 됐다.
전체 아티스트 기준으로는 스위프트보다 더 많은 갯수의 1위 앨범을 보유한 가수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뿐이다. 빌보드가 1956년부터 정기적으로 '빌보드 200' 주간 차트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로 비틀즈는 총 19개의 1위 앨범을 보유하고 있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한 '앨범 유닛'으로 순위를 매긴다.
음반 판매량 집계 회사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 3일 발매된 '더 라이프 오브 어 쇼걸'은 9일로 끝나는 주에 미국에서 400만2000장 상당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중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무려 347만9500장에 달한다.
이는 루미네이트가 1991년 앨범 판매량 데이터를 전자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앨범 판매량, 피지컬 앨범 판매량이다. 이전까지 두 부문에서 최고 기록은 아델의 정규 3집 '25'가 가지고 있었는데, 스위프트는 이 기록을 10년 만에 깼다.
다만 일각에서 이번 앨범이 피지컬 27종, 디지털 11종까지 총 38개 버전으로 발매됐다는 점에서 상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나의 앨범을 여러 버전으로 나누어 발매, 팬덤의 소비력을 최대로 끌어모으는 게 팝 시장에서 고착화한 방식이기는 하나 정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AP는 스위프트의 이런 전략을 그의 앨범 제목에 빗대 '세일즈우먼의 삶(the life of a saleswoma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팝 시장 내에서도 다양한 버전의 앨범 발매를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는 중이다. 빌리 아일리시는 지난해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앨범 차트 순위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판매량을 늘리는 행위가 얼마나 낭비인지 모르겠다.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정말 좌절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 해리 스타일스,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나는 누구도 특정하지 않았고, 업계 전반에 걸친 시스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스위프트는 약혼자인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의 사인이 적힌 앨범으로도 지적받고 있다. 실물 사인이 포함된 버전에서 스위프트의 사인과 함께 켈시의 사인이 있었다는 인증샷이 올라오며 일부 팬들이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전에도 스위프트는 켈시를 자신의 투어 무대에 세우는가 하면, 새 앨범 발매 소식을 켈시 형제가 진행하는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밝혀 비판을 받았었다. 당시 스위프트 효과 덕분에 그가 출연한 에피소드의 동시 시청자 수는 130만명을 넘어섰다. 2023년 전용 팟캐스트 서비스 개설 이후 최고치였다.
그러나 일부 비판 목소리에도 스위프트의 영향력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 세계 투어에서 잇달아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이번 신보 발매에 맞춰 진행한 3일간의 상영회를 통해서는 업계 추산 5000만 달러(약 7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앨범 차트 외에도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부터 12위까지 신보 수록곡을 전부 줄세우기했다. 앞서 '더 토처드 포이츠 디파트먼트' 수록곡으로 '핫100' 1위부터 14위까지, 정규 10집 '미드나이츠'에 수록된 10곡으로 1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휩쓴 데 이은 3번째 줄세우기 기록이다. 역대 '핫 100' 차트에서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가수는 스위프트가 유일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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