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명 가운데 두 사람의 저서를 국내에서 먼저 소개한 출판사가 있다. 중소 규모의 학술 전문 출판사 ‘에코리브르’가 그 주인공이다.
에코리브르는 조엘 모키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성장의 문화>(2019)와 필립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의 <창조적 파괴의 힘>(2022)을 모두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대형 출판사들이 상업성을 이유로 외면한 경제이론서를 꾸준히 다뤄온 이 출판사는 “팔릴 책보다 남을 책을 낸다”는 철학으로 학문적 저작의 가치를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와 생태(ecology and economy)’의 조화를 모토로 2005년 문을 연 에코리브르는 초기에는 환경·경제 관련 도서에 집중했지만, 이후 사회과학·경제사·인문학으로 영역을 넓혔다. 대표 출간작으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의 생산>, 제임스 C. 스콧의 <국가처럼 보기> 등이 있다. 시류보다 가치를 좇은 출판사의 방향을 보여주는 책들이다.
아기옹의 <창조적 파괴의 힘>은 조지프 슘페터의 혁신 이론을 현대 성장모형으로 발전시킨 저작으로, 성장과 불평등의 관계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성장의 문화>는 근대 유럽의 산업혁명을 ‘지식에 대한 신뢰’의 결과로 해석하며, 경제와 문화의 상호작용을 새롭게 조명한다. 출간 당시 두 책은 대중적 화제는 아니었지만 학계와 지식 독자들 사이에서는 “노벨상 후보급 저작”으로 꼽혔다.
박재환 에코리브르 대표는 두 저자의 수상 소식에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서 낸 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키르의 책은 처음 봤을 때 신선했다. 사회·문화적 비교를 통해 경제의 의미를 찾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또 “아기옹의 경우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긴 했다”며 “한국도 ‘성장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당시 갖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고 덧붙였다.
에코리브르 만의 신념과 꾸준함이 노벨상 수상 소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출판사의 생존이 쉽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박 대표는 “초기 5년 동안은 환경과 경제에만 포커스를 맞췄지만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고 느낀 적도 있다”며 “그래도 우리가 알아본 저자들이 노벨상을 받아 무척 보람 있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화려한 마케팅은 없었지만, 좋은 책을 알아보고 묵묵히 펴낸 출판인의 안목이 결국 시간의 시험을 통과한 셈”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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