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살인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특별 여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일부 여행 유튜버들이 여전히 현지 여행 영상을 올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규모의 유튜버들이 최근 캄보디아 여행 영상을 연달아 올렸다. 조회수를 위해 위험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을 두고 "조회수용 목숨 건 콘텐츠"라는 비판이 거세다.

여행 유튜버 A씨는 지난 2일 '중국의 돈세탁과 개발로 나라가 파탄에 빠진 캄보디아 시골 근황'이라는 영상을 게재했는데 캄보디아 보코마운틴을 여행하며 밥과 간식을 먹고, 현지 주민들과 교류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에서 그는 "여기는 온라인 도박이 본체다. 해외취업 시켜주겠다고 납치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라. 캄보디아 외진 곳으로 데려가 핸드폰을 빼앗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한 직후에도 "캄보디아는 너무 아름다운 나라"라며 현지 풍경을 소개하는 여행 영상을 이어갔다.
지난 8월에는 '관광객이 절대 안 가는 캄보디아 프놈펜 시장 길거리 먹방'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은 여행객들이 스킵하는 경향이 많다. 사람도 착하고 음식도 싸서 좋다"며 시장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위조지폐를 구입하는 장면 등을 담았다.

또 다른 유튜버 B씨 역시 "실제 한국인이 납치되었던 캄보디아 프놈펜의 중국인 범죄거리, 진짜 심각한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B씨는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정부 경고 문자가 왔다. '보이스피싱, 온라인도박, 고수익 취업 사기 빈발'이라는 내용이었다"며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태국 국경 지역이 여행 자제로 표시돼 있다. 많은 청년들이 납치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캄보디아 사람들은 착하고 선하다"며 "한국인 납치 얘기를 들어봤냐"고 묻자, 현지인은 "들어본 적 없다. 안전하다"고 답했다.
그는 "캄보디아 납치 사건이 별로 보도되지 않는 것 같다"며 "시민들은 친절하다"고 말하면서도 "여기서 누군가 나를 납치해 총을 겨누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에도 길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캄보디아 범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범죄조직과 유착된 정치인이지, 시민들은 선량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시내 곳곳을 돌며 현지 시장을 소개하던 그는 "136번 거리에 가보니 어둡고 음침하다. 유흥가 느낌이 강하다"며 "여기서 놀다가 범죄단지에 끌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지 못하는 건 스스로 사기임을 알거나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영상들은 수만~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정부가 위험을 경고한 지역을 여행하는 모습에 비판 여론이 일었다.
영상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국가에서 가지 말라는데 이런 콘텐츠를 올리냐", "조회수 위해 목숨 걸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또 생각 없는 이들이 '안전하네?' 하면서 간다",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하냐", "애가 둘 있는 사람이 납치 위험 국가에 갔네. 잘 돌아왔는지 근황 좀 남겨달라", "이 영상은 내려라", "캄보디아는 한국인 납치, 사기가 많다. 여행 전 반드시 조사하라" 등 비판을 쏟았다.
"이분들 살아는 있는 거냐", "돈이 아무리 좋아도 선은 지켜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세금으로 구출하지 말자", "이 시점의 캄보디아 여행은 의도가 좋더라도 심각한 실수다"라는 반응도 잇따랐다.
반면 일부는 "여행은 개인의 자유", "현실을 보여주는 정보 콘텐츠로 볼 수도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태를 알린 영상, 용기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남겼다.

이외에도 지난 12일 캄보디아에서 한 BJ가 직접 범죄단지 앞에서 "한국인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생방송을 진행하기고 해 뭇매를 맞았다.
BJ C씨는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옛 아프리카TV)'을 통해 프놈펜 외곽의 '원구단지'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원구단지는 한국인을 상대로 한 취업 사기와 감금 사건이 잦은 대표적 우범지대다.
그는 방송 중 "한국인을 석방하라", "강제 감금 피해자들을 풀어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단지 관계자가 나와 그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이 담겼다.
방송 플랫폼 측은 "신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즉시 방송 중단을 요청했다. C씨는 "현재 숙소로 이동 중이며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알린 뒤, 14일 "베트남 호치민 공항을 경유해 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이날 오전 기준 조회 수 37만 회를 기록했다. 그의 평소 조회수가 최대 3만회에 그치는걸 감안하면 약 12배 이상 주목 받은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가용 가능한 모든 방안을 즉시 실행해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신속히 송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에서 최근 취업사기·감금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크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해 치안 당국 간 상시 공조 체계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유사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여행제한 강화를 서두르고, 재외공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 영사안전국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는 "여행 금지를 한 국가에 방문한 분들에 한해서만 유튜버의 영상 입국 자체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으며 경보 1·2·3단계에 한해서는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지금 이번에 캄보디아에 내려진 특별여행주의보는 2.5단계 수준이며 4단계가 될 시 유튜브 영상 게시 뿐 아니라 방문자체가 처벌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해외 위험도 경보는 △1단계(여행유의) △2단계(여행자제) △3단계(철수권고) △4단계(여행금지)로 구분된다.
4단계 여행금지 지역을 외교부 허가 없이 방문하거나 체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무단 방문한 사례에 이 조항이 적용된 바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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