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전환은 참 어렵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변수가 셀 수 없이 많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자면 리더의 자세와 능력입니다.”
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60)은 “디지털 전환은 기존 사업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 자체를 재구상하는 것”이라며 “리더에게는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그걸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거꾸로 추론하는 힘이 필수”라고 말했다. SAP, 지멘스, 머스크 등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친 그는 다음달 5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5에서 ‘기술 전환을 이끌 공생의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기술 혁신 전문가로 꼽히는 스나베 의장을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스나베 의장은 “인쇄술이 ‘지식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면 인공지능(AI)은 ‘지능의 민주화’로 인류 역사를 또 한 번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며 순식간에 자료를 분석해 내는 생성형 AI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보급은 인쇄술에 비할 수 없는 빠르고 강력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기업이 ‘AI 혁신’을 화두로 내건 시대. 하지만 조직의 DNA를 바꾸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의 70%는 실패한다는 게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공통된 분석이다.
스나베 의장은 “디지털 전환의 목적은 기술을 통해 단순 저부가가치 업무를 줄이고 구성원의 잠재력, 창의성,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사람을 위한 일인 만큼 기술 문제로만 접근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 변화가 아니라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 혁신을 통해 완성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정보기술(IT) 부서 주도로 맡겨두면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사업 전반을 재설계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기존 업무 일부를 자동화할 뿐 본질적 변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리더가 공학을 전공하고 테크 트렌드를 속속들이 꿰뚫는 전문가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 흐름에 까막눈이어선 안 된다. 스나베 의장은 “직접 코딩하고 정답을 내놓을 수준은 아니더라도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만큼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2016년 스탠퍼드대 온라인 과정을 수강하며 AI 기술을 늦깎이로 공부한 경험을 소개하며 “AI가 세상을 어떻게 재편하고 내가 속한 산업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상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했다. 스나베 의장은 “리더는 조직의 큰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방식, 직관과 데이터, 협업과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AI 시대의 리더십은 인간적 가치를 강화하고 사회를 개선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은 AI라는 꿈이 악몽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 돼 줄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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