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생은 ‘생존 능력’이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전 세계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꿀을 내어주는 대신 ‘꽃가루 배달부’인 꿀벌을 고용한 덕분이다. 지구 생태계는 이런 공생을 통해 진화했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형태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고 침범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진화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11월 5~6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AI 시대에 기술 진보와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경제신문사,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 2025’ 행사에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이번 포럼의 대주제는 ‘공생지능의 시대(The era of symbiotic intelligence)’로 정했다.

올해 인재포럼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기조연설은 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이 맡는다. 연설 주제는 ‘기술 전환을 이끌 공생의 리더십’이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는 루먼 초두리 휴메인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설립자다. ‘알고리즘 윤리’ 분야 선도자로, 트위터의 알고리즘 편향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포브스 선정 ‘AI를 이끄는 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편견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AI가 ‘편향과 배제의 기술’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초두리 CEO는 인간의 적절한 개입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AI가 윤리적 가치를 지키고 사회의 다양성을 학습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글로벌 인재포럼 20주년 특별대담: 혁신과 창조의 미래’에서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좌장을 맡고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참석해 공생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과 인재 육성 방안에 관해 토론한다. 최 석좌교수는 AI 시대를 맞아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AI 시대에 기업 조직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진다. 조다나 카메루드 코닝 수석부사장 겸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신(新)테크전쟁: 핵심 기술 인재 육성’ 기조세션에 참석해 가장 ‘인간적인’ 분야인 인사 분야에서 어떻게 AI를 적용하는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스틴 브뤼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국 선임이코노미스트와 후지무라 히로유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원장도 각기 다른 세션에서 AI 시대가 돼도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으며, AI 시대에 필요한 자산은 무엇인지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다.
AI 로봇 화가 ‘프리다’를 개발한 오혜진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학과 교수는 ‘공생지능 시대의 협업’ 기조세션에 참석해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증폭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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