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의 의미를 보는 사람에게 강요할 순 없어요. 그림을 보고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좋은 그림이 되는 거죠.”
미국 뉴욕 맨해튼의 갤러리 장에서 전시회 ‘현실+상(像)(Reality+Image): 2010년대’를 열고 있는 김강용 작가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는 2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2010년대 작품이 집중적으로 전시된다.
그는 “더 이상 벽돌을 그리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벽돌이라고 해석한다”며 “하지만 그런 해석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기자든, 관람객이든 누가 어떤 평가를 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들의 해석에서 제가 몰랐던 제 내면과 그림의 모습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각적 이미지에 충실해 그림을 그릴 뿐 나머지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가 처음 벽돌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76년. 화가로 데뷔하기 위해 자신만의 소재와 기법을 찾다가 벽돌에 안착했다. 산업화 시대 도처에 널린 공사장과 모래, 벽돌에서 영감을 받았다. 모래알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작업에 임했다. 그에게 모래는 각자의 가치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과도 같은 의미였다.
이번 뉴욕 맨해튼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그가 뉴욕에서 활동할 때 그린 것이다. 김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로 근무하다가 2004년 뉴욕으로 왔다. 브루클린에 작업실을 차리고 10년간 활동했다.
이때 그는 작품에 변화를 준다. 그전까지는 모노톤이었다면 이때부터 연한 색감을 입히기 시작했다. 뉴욕이 품고 있는 다양성에 매료된 영향이다. 그는 “건물 한 채, 사람 한 명 같은 것이 없었다”며 “이 같은 느낌을 그림에서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변화를 주는 가운데서도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따뜻한 이미지를 지닌다. 음영을 표현할 때도 자연스러운 햇살의 느낌이 강하다. 차가운 현대 도시의 느낌이나 인간 부재, 고독 등을 담은 현대 극사실주의 분위기와 다르다.
김 작가는 “나 자체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며 “그림에도 어쩔 수 없이 내면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와 같은 기회를 통해 계속해서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 또래 작가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난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스승들을 능가하고 싶다는 욕심이 여전히 있다”고도 털어놨다.
갤러리 장은 지난해 2월부터 김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이 김 작가의 작품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내년 1월에는 미국 추상 회화 작가 앤디 모지스, 에드 모지스의 작품과 김 작가의 작품을 공동 전시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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