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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인자’이던 반도체 기업 AMD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과 대규모 인공지능(AI) 칩 계약을 맺으면서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AMD와 미국 빅테크들의 파트너십이 강화되자 월가에선 AI 전용 칩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AMD의 성장세는 올 하반기에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오라클 등과 협력

오라클은 14일(현지시간) 내년 3분기부터 5만 개의 AMD ‘인스팅트 MI450 시리즈’ GPU로 구동되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오라클은 “AI 수요가 급증해 고객은 개방적인 컴퓨팅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AMD 칩의 구매 배경을 설명했다. 초기 GPU 5만 개로 시작해 2027년 이후 해당 칩 도입을 더 확대할 것이란 게 오라클 구상이다.
AMD의 MI450 GPU 칩은 AMD가 내년께 출시할 예정인 고성능 AI 전용 칩이다. 이 같은 발표에 이날 AMD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0.77% 오른 218.09달러에 마감했다. AMD는 1969년 설립된 미국 팹리스 반도체 회사다. GPU 및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설계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한때 GPU는 엔비디아에, CPU는 인텔에 밀리면서 ‘2인자’란 평가를 받았지만 가성비 제품을 바탕으로 양쪽 시장 모두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용 GPU 시장에서 AMD 제품이 엔비디아 고가 GPU 모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MD는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내년 하반기부터 총 6기가와트(GW)의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도 맺었다. 이 계약으로 AMD는 연간 수백억달러, 향후 4년간 1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AI 칩 시장에서 AMD가 엔비디아의 독주를 무너뜨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 리서치업체 아레테리서치는 최근 AMD 목표 주가를 230달러에서 3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오픈AI 등과의 파트너십이 AMD에 안정적 수요 기반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아레테리서치 분석이다.
AMD는 ‘소버린 AI’(국가 주도형 AI) 부문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버린 AI는 오픈소스 기반 전략이 중요해 AMD의 오픈소스 기반 소프트웨어(SW) 플랫폼 ‘ROCm’ 생태계가 기술적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SW 플랫폼 ‘쿠다’가 폐쇄형 구조여서 소버린 AI 개발에 제약이 많다는 점과 대조된다. 실제 AMD는 지난 5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는 휴메인과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에 최근 실적 부진
다만 AMD의 최근 실적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8월 발표된 AMD 실적을 보면 지난 2분기 매출은 76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가량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억9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미국 정부가 중국발 AI 칩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MI308칩의 중국 수출이 금지돼 약 8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8월 AMD는 엔비디아와 함께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재개에 합의해 다시 AI 칩의 중국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신제품 MI350은 계획보다 이른 6월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갔고, 하반기부터 생산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AMD의 높은 밸류에이션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AMD의 주가수익비율(최근 12개월)은 약 123.6배로 경쟁사인 엔비디아(53.2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14일 기준으로 AMD 주가는 올 들어 80%가량 폭등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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