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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재발방지 약속할 것"…故 오요안나 어머니의 눈물 [종합]

입력 2025-10-15 11:27   수정 2025-10-15 11:28



고인이 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유족과 사측이 전격 합의했다. 유족과 MBC 모두 방송가 비정규직 문제에 동감하면서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고(故) 오요안나 유족들과 MBC의 합의문 사인 교환과 명예 사원증 증정이 있었다. 회견에는 안형준 MBC 사장과 고인의 모친 장연미 씨가 참석했다.

행사는 고 오요안나에 대한 추모 묵념, 합의서 사인과 교환, 명예 사원증 전달과 합의를 담당했던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한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장씨는 행사 시작 전부터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원증을 품에 안은 모친을 안 사장이 직접 포옹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안 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꽃다운 나이에 영면에 든 고 오요안나의 명복을 빈다"며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온 어머니, 유족들에게도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합의에 대해 "다신 이런 안타까움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라고 의미를 전하며 "MBC는 직장 내 갈등 문제를 해결할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 책임 있는 공영 방송사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씨는 "단식 28일 만에 교섭이 합의에 이르렀다.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곡기를 끊은 28일은 꿈같고, 합의문에 사인하기 위해 MBC에 온 것도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요안나는 MBC를 다니고 싶어 했고, 열심히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제 삶의 이유는 무너졌다"며 "그동안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MBC에 분노가 있었고, 그러다 뒤늦게 딸이 남긴 흔적을 보며 무슨 이유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알게 됐지만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눈물을 보였다.

장씨는 "후에 요안나와 같은 비정규직을 위해 노력하고 싸우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그분들이 (오요안나의) 천도재, 추모제를 해주셔서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싸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 "단식 농성장이 차려졌을 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곡기를 끊었다"며 "피켓에 적힌 요구들, 기상캐스터 처우 문제를 요구했는데, 이걸 보고 '왜 이걸 요구하냐'고 한 분도 있었다. 이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고통 속에 힘들게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 역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기상캐스터 정규직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불이익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며 "회사에서 약속한 재발 방지 대책은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딸의 죽음으로 나온 약속이 알맹이가 없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촉구했다.

오요안나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했지만 지난해 9월 사망했다. 유족은 올해 초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장(약 2750자)의 분량의 유서를 발견 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19일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요안나에 대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라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는 해당 조사 결과에 따라 유족들이 괴롭힘 주모자로 꼽은 A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괴롭힘 의혹에 거론된 다른 기상캐스터들과는 재계약했지만, 올해 연말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기상캐스터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1주기를 즈음해 MBC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고인의 명예 회복 등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농성 27일 만인 지난 5일 사측과 합의하며 농성을 마무리했고, MBC는 15일 유족 측과 함께 고인에 대한 사과와 명예 사원증 수여, 재발방지책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다만 앞서 MBC가 발표했던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에는 변화가 없다. MBC 측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했던 것과 달라진 점은 없다"며 "앞으로 뉴스에서 날씨는 기상기후 전문가가 나오고, 지금의 형태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기상캐스터는 계약기간까지만 이뤄진다"며 "처우에 대해선 충실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 "기존의 기상캐스터들을 염두에 둬서 만든 건 아니지만, 특별히 불이익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불이익도 없지만, 별도의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별도의 트랙으로 이뤄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담당자는 "합의안이 나오기까지 MBC 내부 관계자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시험 보고 들어왔다고, 이렇게 반발을 심하게 할 수 있다고 했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합의안도 제가 보기엔 부족하지만, 어머님이 보상금이나 어떤 것보다 우리 딸의 명예를 회복하고, 작은 희망이라도 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족한 합의안을 받아주신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누군가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는 내용에 노사가 마음을 모아 합의했고, 그 지점을 명확히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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