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EV) 사업에서 잇따라 후퇴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7500달러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로 전기차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테슬라를 예의주시 중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연방 세액공제 종료로 완전 전기차 수요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텔란티스 역시 유럽 내 ‘2030년 100% 전기차 전환’ 목표를 공식 철회하고, 미국 내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전동화 계획도 대폭 축소했다.
비영리 에너지·기후 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 이노베이션’의 정책국장 로비 오비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기차 업체들의) 손실은 단순히 세제 혜택 종료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EV 관련 규제 변화 때문”이라며 “캘리포니아의 배출가스 기준 자율권 폐지, 전기차 충전소 지원금 삭감, 공장 전환 예산 축소 등 산업 기반을 흔드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 변화와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으며, 신규 투자 여력도 크게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다음 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세액공제 폐지 이후 소비자 수요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테슬라는 최근 모델Y와 모델3의 저가형 버전을 출시해 세제 혜택 소멸로 인한 실질 가격 상승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투자사 오토모티브벤처스 의 스티브 그린필드 파트너는 “GM·포드 등 전통 완성차 업체의 후퇴는 테슬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테슬라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4분기에는 전기차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제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미리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 때문에 수요가 앞당겨졌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4분기에 판매 감소와 마진 축소라는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겪을 수 있다.
LSEG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261억 달러로 예상된다. 그러나 4분기 이후 매출 둔화로 인해 2025년 전체 매출은 3.5% 감소할 전망이다. 테슬라가 연간 기준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달 초 테슬라는 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대비 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두 분기 연속 감소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로 전환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후퇴한다고 해서 테슬라가 시장을 독식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수요 자체가 정체돼 있어서다. 테슬라의 저가형 모델Y·3은 혁신이라기보다 단기 대응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로 돌리고 있다. 테슬라는 일부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시험 운영을 시작했지만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웨이모보다 상용화 속도는 크게 뒤처져 있다.
머스크 CEO는 올해 3월 “옵티머스 로봇 5000대를 올해 안에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핵심 인력 이탈로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그는 9월 X(옛 트위터)에 “테슬라 가치의 80%는 옵티머스에서 나올 것”이라며, 작년에는 “옵티머스가 테슬라를 25조 달러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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