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의 7~9월 분기 실적에서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들이 차입과 투자를 확대하는 데다, 소비자들도 미·중 관세 인상 등 대외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유지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 실물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BoA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앨러스터 보스윅은 이날 “데이터상으로 소비자 지출이 늘고 있으며, 이는 성장 국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세금·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도 투자은행 부문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BoA의 소비자 금융 부문은 여전히 견조한 수익을 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하는 가운데서도, 예금 이자율과 대출 금리 간의 마진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연말까지 순이자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지출도 늘었다. 신용·직불카드 합산 지출액은 2450억 달러(6% 증가), 신용카드 대출 잔액은 1021억 달러(1% 증가)로 집계됐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부채를 부담하면서도 지출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대출 손실은 오히려 줄었다. 대손상각비는 14억 달러로 11%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이 줄어든 덕분이다. BoA는 자사가 대출했던 자동차 대출사 트라이컬러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의 파산에도 “전반적 신용 건전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 고 밝혔다.
BoA는 강세장을 배경으로, 고객 자산 운용·거래 수수료가 증가했다. 대형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거래도 본격 재개되면서 실적에 기여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칩·데이터센터 금융 수요가 늘면서 부채 발행 및 자금 조달 부문도 활발했다. 다만 일부 은행가들은 금융시장 과열 조짐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잠재적인 금융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BoA의 투자은행 수수료 수익은 43% 증가한 20억 달러, 거래 수익은 9% 증가했다. 상업대출 포트폴리오는 전년 대비 13% 확대됐으며, 이는 시장 부문과 연계된 기관 고객의 차입 증가 덕분이었다.
시티그룹의 기업금융(IB) 부문 매출은 34% 증가, 기업 대출과 투자은행 수수료(17%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트레이딩 수익은 15% 증가했다. 순이자수익은 12% 늘었다.
다만, 멕시코 자회사 바나멕스 지분 매각에 따른 7억 2600만 달러(주당 0.38달러) 규모의 영업권 손상(Goodwill impairment)이 포함됐다. 회계상 장부 가치를 조정했다는 뜻이다. 시티그룹은 향후 바나멕스를 상장시킬 계획이다.
이번 분기는 Fed가 2018년 ‘가짜 계좌 스캔들’ 이후 부과했던 자산 상한이 6월 초 해제된 뒤 맞은 첫 분기다. 2016년 웰스파고 직원들이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수백만 개의 가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고객은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나 예금계좌가 만들어지고 수수료가 부과되는 피해를 입었다. 조사 결과, 은행 내부의 과도한 실적 압박과 보너스 제도가 이런 불법 관행을 부추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CEO가 사퇴하고 웰스파고는 벌금 수십억 달러와 규제 제재를 받았다. Fed는 2018년 은행의 자산 성장을 제한하는 ‘자산 상한(cap)’ 제재를 부과하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웰스파고는 이날 자기자본이익률(ROTE) 목표도 기존 15%에서 17~18%로 상향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CEO는 “신용 건전성은 강하고, 고객들의 카드 사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비이자수익은 투자은행·카드 수수료 증가로 9% 늘었고, 순이자수익은 2% 증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