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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 것보다 인출이 더 중요…노후 연금 전략 4단계

입력 2025-11-03 06:00   수정 2025-11-10 08:12

[커버스토리] 효과적인 인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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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란 경제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박 따박 나오던 월급과 같은 정기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은퇴 이전에 적립해왔던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각종 연금자산과 펀드 투자나 예·적금 등의 금융자산, 그리고 부동산자산 등을 활용해서 월급을 대신할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떻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느냐에 따라 남은 노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축적한 자산이 적지 않은 데도 원금 고갈을 두려워하며 불안감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은퇴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노후 자산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결국 노후 준비의 궁극적인 목적은 쌓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적정하게 쓰기 위한 것이기 때문. 노후 자산인 연금 인출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매월 현금흐름을 확보하라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지난 2024년부터 본격적인 퇴직 연령인 60세에 도달하면서 한국에서도 연금 인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퇴직금의 연금 수령 전환이나 주택연금을 통한 부동산의 연금화 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배경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금의 연금 수령 비율은 2020년 말 28.4%(금액 기준)에서 2024년 말 57%로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현행 통계는 일시금이 아닌 모든 지급 방식을 연금 수령으로 분류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일시금을 10회 정도로 나눠 지급하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연금(annuity)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서 통장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꺼내 쓰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모두 보험사의 즉시납 연금보험과 같은 종신연금에 가입해 사망할 때까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 모두 충분치 않다. 전자는 자칫 사망하기 전에 자산이 모두 고갈될 위험이 있다. 후자는 예기치 못한 일로 목돈이 필요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떨어지고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바람직한 연금 인출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우선 노후에 맞이하게 될 재무적 리스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인출 전략을 통해 이러한 재무적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소득의 단절로 인해 금융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진다. 실제로 2023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59세 연평균 근로소득이 5908만 원이지만 60세 이상 되면 절반도 채 안 되는 2171만 원으로 급감한다.

반면 재산소득은 50~59세 447만 원 수준이나 60세 이상은 644만 원으로 다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은퇴 이전에는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이고 현금자산이 몇 억원 있고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은퇴 이후에는 매월 얼마의 현금흐름이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여전히 건강한데 은퇴 자산 고갈된다면

다음은 내 수명보다 자산의 수명이 짧아서 살아 있는 동안 은퇴 자산이 고갈될 위험이다. 이를 가리켜 ‘장수 리스크’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은퇴 자산 3억 원을, 60세에 은퇴해서 9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이를 나눠서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하자. 3억 원을 360개월로 나눠 매월 83만 원을 인출해 썼다.



그런데 예상했던 90세에도 자산은 모두 고갈되고 여전히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은퇴 설계를 하면서 자신의 수명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수명을 실제보다 과대 평가해서 ‘자린고비’로 살다가 의도하지 않게 자산이 남을 경우도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몇 살까지 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화폐가 남발되면서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특히 은퇴자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다. 이전에는 월 200만 원이면 넉넉했지만 이제는 월 3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에서 실시하는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월 생활비가 2013년 225만 원 수준이었던 것이 10년 후인 2023년에는 29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41년에는 400만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고령 등으로 인지능력의 저하에 따른 재무 관리 리스크다. 건강하게 주어진 수명을 누릴 수 있다면 좋지만 예상치 못한 치매 등의 질병으로 인지능력을 급격하게 잃을 수 있다. 한번 잘못된 재무적 결정으로 은퇴 자산이 급격하게 고갈될 리스크가 크다.

이러한 노후 재무적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은퇴 후 인출 전략의 목표는 ‘사망할 때까지 물가 상승률 이상 늘어나면서 안정적이고 자동적으로 지급되는 현금흐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한다면 비로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3층 연금 제도 가운데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놓고 본다면 국민연금이 이러한 노후 재무 리스크를 낮추면서 안정성을 갖춘 연금제도다.

국민연금은 수령 방법 바꿀 수없는 상수

국민연금은 일정 연령 이후 사망할 때까지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안정적으로 지급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국민연금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점이 아쉬운 한계점이다. 따라서 사적연금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연금자산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것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인출 전략에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수령 방법은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인출 전략을 수립할 때 국민연금은 주어진 조건으로 봐야 한다. 은퇴 자산의 인출 전략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공적연금과 결합해 최적의 인출 조합을 찾기 위한 최선의 사적연금 인출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밖에 추가적으로 정기예금 등 은퇴생활비 목적으로 축적해 온 기타 금융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나라의 인출 전략은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과 기타 금융자산을 어떻게 은퇴소득으로 전환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내 금융 회사들이 제공하는 연금 인출 방식은 아직 단순한 수준이다. 원하는 주기로 금액을 확정하는 ‘확정금액형’이나 원하는 기간을 확정해 연금을 수령하는 ‘확정기간형’, 법에서 정한 연금 수령 한도만큼 인출하는 ‘연금수령한도 방식’, 가입자가 원할 때 필요 금액만큼 임의적으로 자유롭게 인출하는 ‘비정기연금’ 등이다. 본격적인 사적연금의 인출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앞서 지적한 장수 리스크나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 노후 재무 리스크를 고려한 다양한 연금 인출 방식이 발전해 있다. 미국은 장수 리스크를 대비해 장수연금을 활성화하고 평생 소득 확보를 위해 퇴직계좌에서 연금 가입 운용을 장려하는 'SECURE법'을 2019년 제정했다. 장수연금은 보험료를 일시에 납입한 후 80세 이후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미국 정부는 확정기여(DC)형 퇴직계좌에 편입 가능한 적격장수연금(QLAC)을 규정하고 세제 혜택을 주어 가입을 장려함으로써 장수 리스크를 대비하도록 했다. 아울러 민간에서는 장수연금을 지급할 때까지 투자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 상품 개발이 이뤄졌다. 인출 상품과 장수연금 옵션이 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일임계좌(managed account)에서 활용 가능하다. 독립투자자문업자들도 인출상품을 활용해 연령에 적합한 인출 플랜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 계좌인출연금과 장수연금 혼합

연금 선진국으로 평가 받고 있는 호주는 은퇴자들에게 ‘안정 소득’, ‘장수 위험’ ‘유연 인출’ 등의 요소를 갖춘 은퇴소득상품(CIPR)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은퇴소득상품으로 계좌인출연금과 장수연금이 혼합된 ‘컷(Cut)’ ‘스태크(Stack)’ ‘랩(Wrap)’ 등 세 가지 포트폴리오가 있다. 계좌인출연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데 비해 장수 리스크에 약하다. 장수연금은 장수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신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약하다.



이 두 연금을 여러 형태로 결합해 장수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동시에 극복하려는 구성이다. 컷은 85세 이전에는 계좌인출연금에서 인출하고 85세 이후에는 장수연금에서 인출한다. 스태크는 계좌인출연금과 종신연금에서 동시에 은퇴소득을 창출하는 구조다. 랩은 컷과 스태크를 결합한 구조다.


우리나라도 연금 인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보다 다양한 연금 인출 방식과 금융상품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신에게 맞는 연금 인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은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노후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연금의 활용 목적을 정하는 단계다. 비교적 활동이 왕성한 은퇴 초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은퇴 기간 전반에 걸쳐 동일한 비용으로 살 것인지, 또는 은퇴 초기에는 절약하며 살다가 은퇴 후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남는 돈을 상속하는 삶을 보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은퇴 자산의 인출 전략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둘째, 국민연금의 활용 방법을 정한다. 국민연금은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 거의 없다. 다만 정상 수급 연령보다 일찍 수령하거나 늦게 수령하는 것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정상 수급 연령보다 일찍 수령하는 것을 조기연금, 늦게 수령하는 것을 연기연금이라고 부른다.



국민연금 수령 미룰수록 유리

조기연금은 연금액이 정상적으로 수령할 때보다 1년당 6%씩 감액돼 지급된다. 당겨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액이 1년당 7.2% 늘어난다. 최대 5년을 연기할 수 있는데 5년을 연기한다면 연간 36%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장수 시대에는 연기하는 것이 유리하다.

셋째, 국민연금 외 은퇴 자산, 즉 사적연금과 기타 은퇴 자산이 얼마가 되는지 계산하고 이의 활용 전략을 결정한다. 사적연금 적립금과 기타 금융자산을 활용해 은퇴소득을 어떻게 창출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노후 생활의 계획과 목적에 맞춰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필요한 현금흐름에 맞게 인출 시기와 금액을 결정한다. 이때 세제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인출할 때 비로서 세금을 징수한다. 일시금으로 찾기보다는 장기 연금으로 찾아야 낮은 세율로 적용받을 수 있다.

끝으로 목표했던 연금생활비 등이 모자르다면 기타 금융자산이나 주택 등 부동산을 활용해 추가로 연금을 확충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상대적으로 거주 비용이나 물가가 싼 지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삶이 그렇듯 노후 생활은 특히 백이면 백 모두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노후 생활과 연금 인출 전략을 수립해야 비로서 여유로운 노후를 기대할 수 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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