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7일 08: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있는 홈플러스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였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추가 사재 출연 가능성에 선을 긋고, 국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현행법상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내년 9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빠르게 메말라가는 홈플러스 유동성을 고려할 때 연말을 버티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공개 매각에 실패하면 향후 점포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헤어컷(채권 가격·금리 조정) 등의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생 M&A 내년도 가능하지만…유동성 고갈 심화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이달 31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다. 본입찰 접수는 다음 달 26일로 예정됐다. 이달 내 접수되는 LOI가 없어도 11월 말까지 본입찰이 들어온다면 M&A 성공 가능성에 파란 불이 켜지게 된다. 그러나 본입찰에서도 인수자가 없으면 인가 전 M&A 절차는 중단되고, 법원은 두 번째 M&A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홈플러스는 공개경쟁입찰 전환 이전부터 한 잠재적 인수 후보자와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2차 M&A를 허가하려면 매각 측에 M&A 성공 가능성에 대한 소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는 인수 후보자의 실체가 있는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협의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재판부에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11월 10일이다. 다만 본입찰이 11월 말로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또 다시 미뤄질 예정이다.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가 마무리되는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1년이며, 법원 판단에 따라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 3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홈플러스는 최대 내년 9월까지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유동성 압박이다. 홈플러스로부터 상품대금을 받지 못할까 우려한 대기업 협력사들은 선수금 보증금을 요구했고, 이렇게 묶인 보증금 규모만 1400억원에 달한다. 또 지급기일을 기존 27일에서 19일로 단축하면서 900억원의 신규 자금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2300억원의 자금이 묶이면서 홈플러스 운영자금은 1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한 기업회생·구조조정 전문가는 "이론적으론 내년 9월까지 회생절차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때까지 홈플러스가 버틸지는 미지수"라며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물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점포 폐쇄나 다름없고 그때는 신규 인수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채 승계' M&A 회의론 솔솔…"채무조정 불가피"

홈플러스가 추진하는 인가 전 M&A에 대해 국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가 사재출연 등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은 "개인도 법인도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며 더 이상의 사재 출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사재출연 여부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이 "(MBK는) 더 이상의 사재 출연은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동안 홈플러스와 주관사 삼일PwC는 회생절차상 갚아야 하는 회생채권 2조7000억원을 승계하는 방식의 M&A를 추진해왔다. 홈플러스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PEF인 MBK가 보통주 소각·사재출연 등의 방식으로 떠안고, 노동조합과 채권단에는 최대한 부담이 전가되지 않기 위한 취지였다. 신규 인수자는 원칙상 청산가치 3조7000억원 이상 가격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하지만, 채권을 승계하거나 차환하면 당장 인수 시 투입해야 하는 현금은 줄어든다. 다만 기존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로 갈아끼우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 지원이 필수적이다.
신규 인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이 같은 방식의 M&A는 MBK의 자구 노력과 정부 지원, 이들 2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여당이 MBK의 진정성 부족을 질타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진 방법이기도 하다. 농협경제지주 등판론이 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한 데다 IB업계에선 성격이 상이한 두 유통업체 간 시너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구조조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과 채무조정 없는' M&A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홈플러스 계속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지급 불능 상태로 전락하면 인수인의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의 기업회생 전문가는 "당장 공개매각에 실패하면 점포를 줄이는 구조조정과 대출 이자율 하향 조정 등의 조치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진실 공방까지 벌여가며 MBK를 맹비난하는 정치권의 의도도 현재 구조의 M&A 실패 '이후'를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매각 측이 추진하는 채무 승계 방식의 M&A 실패 시 따라올 대규모 점포·인력 구조조정 등의 책임을 MBK에 돌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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