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머티리얼즈가 반도체 공정 필수 소재인 '실리콘 링'으로 대만 TSMC의 애프터 마켓 공급망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칩메이커들 위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계약에 성공할 경우 세계 파운드리 1위 제조사인 TSMC에서까지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머티리얼즈는 TSMC와 실리콘 링 공급을 위한 막바지 퀄(승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 안에 최종 납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머티리얼즈가 TSMC에 퀄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머티리얼즈가 TSMC 공급을 타진하는 실리콘 링은 반도체 증착·식각 장비 내에서 공정 중 웨이퍼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제조 장비 안에서 상당히 중요한 소재다.
실리콘 링은 소모품이라 낡으면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하나머티리얼즈는 교체 부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에서의 공급을 TSMC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생산 라인에 배치돼 있는 도쿄일렉트론, 램리서치 증착·식각 장비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하나머티리얼즈가 이번 소재 공급에 성공한다면 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의 쾌거로 평가될 수 있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굴지의 반도체 제조 회사다.
다만 TSMC는 한국 소부장 회사에 인색하다. 자사 기밀이 한국으로 유출되는 것에 상당히 예민해 하면서 국내 반도체 공급망 업체들과의 협업을 꺼렸다.
하지만 글로벌 TSMC 제조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실리콘 링 다변화 및 물량 증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하나머티리얼즈와도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머티리얼즈 입장에서도 상당한 기회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매출 역시 이들의 의존도가 높다.
그간 회사는 반도체 장비사를 통해 TSMC에 '비포 마켓(Before Market)'용 실리콘 링을 미미한 양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싸라기인 TSMC 애프터 마켓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향후 비포 마켓에서의 영향력까지 더욱 넓히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간 실적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와 2023년 하나머티리얼즈는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설비 투자기조에 영향을 받아, 2022년 연간 영업이익 937억 원 대비 반토막이 난 400억원 대로 깎이는 경험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열풍으로 메모리 수요는 물론 파운드리 시장이 고속 성장하는 만큼, 하나머티리얼즈의 고객사 확보는 매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관련뉴스






